새 아파트 분양받고 속 터지는 수지 사람들
전셋값도 동반하락…올들어 2천만~3천만원↓

"살던 집이 안 팔려 새로 분양받은 아파트의 중도금을 못내는 사람들이 수두룩해요. "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의 남쪽에 있는 상현동 A아파트(860가구)는 작년 8월 분양 이후 계약자 가운데 200가구가 낼 돈을 마련하지 못해 지난 8월 3차 중도금을 연체했다고 현지 S공인중개 관계자가 6일 전했다.

강남에서 20여㎞ 떨어져 강남대체지로 각광받던 용인 수지의 거래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용인과 분당 일대 부동산중개업소들은 개점휴업 상태다.

중개업소들은 "매매 건수가 적고,대출받아 산 아파트를 팔아도 대출 원금도 못 건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지 성복동 S공인중개 대표는 "2005년 LTV(담보인정비율)가 80%까지 허용될 때 제1.2금융권을 합쳐 대출받아 수지 S아파트 128㎡형(39평형)을 6억5000만원에 산 집주인이 최근 집값이 5억원대로 추락하는 바람에 집을 팔아도 대출 원금 5억2000만원을 못갚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 일대 중개업소에 따르면 용인.분당에는 집값이 2006년 최고점에 달했던 때보다 요즘 20% 이상 빠진 단지도 있다.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서울 강남권이나 강북권은 그래도 이따금씩 급매물 거래라도 이뤄지는데 이곳은 급매물 매매도 찾아보기 힘들어서,수익은 고사하고 중개업소 사무실 유지조차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소형 아파트보다는 99㎡형(30평형) 이상 중.대형의 하락폭이 크다. 수지 죽전동 Y공인중개 대표는 "죽전에서 조망권이 가장 좋은 단지 중 하나인 한성 컨트리클럽(골프장) 조망권을 갖춘 B아파트 109㎡형(33평형)은 2006년께 6억5000만~7억원 사이에서 거래가 됐지만 지금은 5억원이면 살 수 있다"고 밝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 지역 집주인들은 집값이 조금이라도 오르길 기다릴 뿐 울며 겨자먹기로 싸게 팔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중개업소는 전했다.

집값이 떨어지며 전셋값도 동반 하락하는 추세다. 분당 이매동 S공인 관계자는 "66~95㎡형(20평형대) 소형 전세는 신혼부부 등 수요가 꾸준하지만 99㎡형(30평형) 이상 중.대형 전세 수요는 크게 줄고 있다"며 "분당 일대 105㎡형(32평형) 전세는 2억1000만~2억2000만원 선이면 구하는데,이는 연초 대비 2000만~3000만원 이상 떨어진 가격"이라고 말했다.

수지 일대도 전세 사정은 마찬가지다. 상현동 H공인중개 관계자는 "원래 9~10월은 전세 수요가 꾸준한 시기인데 올해는 수요가 아예 없다"며 "105㎡형(32평형)은 1억1000만원 안팎이면 구할 수 있는데 연초보다 2000만원 빠졌다"고 전했다.

정호진 기자 hj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