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한 미국 정부의 대규모 구제금융 방안이 현 상황에서 필요한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앞으로 IMF가 금융시장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27일 말했다.

그는 프랑스 언론 '주르날 뒤 디망쉬'와 가진 인터뷰에서 "IMF는 언제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며 "지금 세계는 IMF가 설립될 당시인 1944년과 같은 '금융 무정부' 시대를 맞고 있다"고 강조했다. 칸 총재는 특히 "최근과 같은 금융위기가 재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지역 단위의 기구보다는 전 세계적으로 금융시장의 안정을 보장하고 감독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계경제의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선 개혁이 필요하다"면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각 나라는 무능력한 경영자와 탐욕스런 투기꾼들을 구제하는 바닥 모를 구덩이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월가 투자은행에 대한 감독의 실패가 금융위기를 초래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자율규제를 폐지키로 했다.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SEC의 데이비드 코츠 감사관은 전날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지난 3월 베어스턴스 붕괴 이전 이뤄졌던 SEC의 감독은 부실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코츠 감사관은 "SEC가 베어스턴스의 몰락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위험신호(red flag)를 놓치고 리스크를 억제하도록 감독하지 못했다"면서 "SEC가 베어스턴스 감독 업무를 수행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거래와 시장을 감독하는 SEC 부서가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고 감독을 받는 금융회사의 거의 3분의 1 가까이가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면서 SEC 관계자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로 발전할 수 있는 위험을 알고도 방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크리스토퍼 콕스 SEC 위원장은 자율규제가 시작부터 근본적으로 결함이 있음을 인정하고 자율규제를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