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위기라는 생각 갖고 전진할 것"

SK에너지 모스크바 지사장을 맡고 있는 이용호(44) 부장은 19일 "러시아 시장 진출 이후 위기가 아니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하지만 반드시 돌파구가 있다고 보고 전진해 나갈 것"이라고 시장 공략에 자신감을 피력했다.

입사 4년 만인 1993년 SK에너지가 러시아 땅에 첫발을 디딘 후부터 러시아와 인연을 맺고 있는 이 지사장. 그의 자동차에는 SK에너지의 주력 상품인 `지크' 광고 스티커가 붙어있다.

다음은 이 지사장과의 일문일답

-- 러시아 시장 진출 계기는.

▲ 러시아는 지리적으로 한국과 가깝다.

또 우리에겐 좋은 제품이 있다.

러시아의 잠재력을 볼 때 시장 전망이 밝다고 생각했다.

기후도 무시할 수 없다.

겨울이 길고 추운 러시아에서 좋은 윤활유는 그만큼 차량 성능을 배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 사업 추진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은.

▲ 2001년 극동 시베리아 이르쿠츠크에서 실제 있었던 일이다.

영하 40도까지 떨어졌다.

차들이 거의 멈춰섰다.

그런데 우리 제품을 사용한 차들만이 시동을 켜고 운행할 수 있었다.

이후 그 지역 뿐 아니라 인근 지역까지 입소문이 퍼졌고 2년 만에 판매량이 5배나 성장했다.

또 한번은 대리점에서 플라스틱 통에 든 다른 회사 제품이 더 잘 팔리는 것 같다며 용기 교체를 요구했다.

윤활유 용기를 틴(Tin.양철)으로 제작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제품 뿐이다.

러시아와 다른 해외 업체 제품 용기는 모두 플라스틱 통이다.

용기 교체는 쉽지 않다.

그래서 고민 끝에 플라스틱 용기는 `가짜 윤활유'를 담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홍보 전략을 짜냈다.

그 이후 그런 요구가 사라졌다.

-- SK에너지의 제품 경쟁력은.

▲ SK에너지가 전 세계 윤활기유의 60%를 공급하고 있다.

경쟁 회사들도 우리 원료를 수입해다가 첨가제를 넣어 자신들의 상표를 붙여 판매하고 있다.

품질면에서 이들 제품과 별 차이가 없다.

첨가제는 다를 수 있다.

가격 경쟁력도 선두권의 몇 회사와 비교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브랜드 인지도도 광고 덕택인지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

정비비용 절감을 위해 오일 교환주기가 늘어나고 있고 그에 따라 수명이 오래가는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고도로 정제된 고성능 기유의 사용이 요구된다.

그런 점에서 첨단 첨가제를 사용해 저온 시동성 및 고온에서의 엔진 보호성, 산화안전성, 엔진 청정성이 뛰어난 `지크' 제품은 경쟁력이 있다.

-- 그동안의 성과는.

▲ 지난해 13만 배럴을 판매했다.

물량 기준으로 2004년에 비해 지난해 72% 성장했고, 대리점을 개설해 본격적으로 러시아 시장에 진입한 2001년 기준으로 하면 약 4.6배가 늘었다.

-- 현재 가장 애로사항은.

▲ 자본력을 앞세운 세계 석유기업들로부터 압박당하고 있다.

자금력과 브랜드 파워면에서 상당히 어렵다.

이들 해외 거대 에너지기업들은 윤활유 교환점에 무료로 교환시설을 설치해 주는가 하면 200ℓ 한통을 팔면 350달러를 별도로 주인에게 주는 등 물량공세를 펼치고 있다.

교환점들이 우리 제품이 우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같은 물량 공세에 쉽게 넘어가는 것 같다.

-- 러시아 시장 전망은.

▲ 다행히 다른 석유제품과 달리 시장규제는 없다.

특히 자동차 수요가 계속 늘고 있고 올해 러시아는 유럽 내 최고 자동차 판매 국가가 된다
그만큼 윤활유 시장도 커질 것으로 본다.

거대 석유자본과의 싸움이 쉽지만은 않다.

과거에도 쉽지 않았다.

마케팅을 강화하고, 소비자들의 기호를 잘 파악한다면 계속 선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앞으로 계획은.

▲셸이 임대 형식으로 러시아에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우리도 현재 판매량의 두 배인 약 30만 배럴을 판매한다면 생산시설을 세우는 문제도 고려해 볼만 한다.

2015년에 독립국가연합(CIS) 지역에서 100만 배럴을 판매하는 것이 목표다.

(모스크바연합뉴스) 남현호 특파원 hy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