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하면 보름달과 송편이 먼저 떠오른다. 정성껏 만든 송편을 시루에서 갓 찌어낼 때 보면 솔잎이 꼭 한두 개씩 붙어 있다. 송편을 찔 때 왜 솔잎을 밑에 깔까.

송편을 만드는 과정에서 솔잎의 기능은 참으로 다양하다. 솔잎은 송편끼리 엉겨 붙는 것을 막아 본래 모양을 유지해 준다. 또 솔잎향이 은은히 배어 송편 맛을 더 좋게 하고,떡 표면에 솔잎 무늬가 새겨지면 보기에도 좋다. 송편이 잘 상하지 않게 하는 것도 솔잎 덕이다. 식물은 저마다 병원균.해충.곰팡이 등에 저항하기 위해 '피톤치드(phytoncide)'라는 분비물을 내뿜는다. 솔잎에는 살균력이 강한 테르펜과 산화를 억제하는 피크노제놀이란 피톤치드가 들어 있어 방부 효과를 낸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송편은 하루만 지나도 쉽게 상했지만 솔잎을 넣어 찌면 오래가니 조상들의 생활과학이 숨어 있는 셈이다. 샘표식품의 요리교실 지미원(知味園)의 이홍란 원장은 "송편의 향과 맛을 더하고 쉽게 상하는 것을 막아주는 솔잎은 조상들의 경험과 지혜의 산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소나무 병충해가 극성이어서 솔잎을 무턱대고 채취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 산림청이 병해충을 막기 위해 지난 2년 동안 전국 6만7000㏊의 산림에 방제약을 주사했기 때문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나무 주사 후 2년이 경과되지 않은 소나무의 솔잎에는 농약 성분이 잔류해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송편용 솔잎이 필요하면 홈플러스 롯데마트 GS수퍼마켓 등에서 살 수 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