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쪽 하늘만 쳐다봐도 마음이 넉넉해지는 추석 명절.그렇지만 올해는 주말을 끼고 겨우 3일에 불과해 도로 정체현상이 더욱 극심해질 전망이다. 더구나 예년에 비해 보름 이상 추석이 일찍 찾아온 만큼 늦더위에 지치기 쉬운데다 미리 장만한 명절음식이 상할 우려도 없지 않다. 추석 건강관리법을 유준현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연휴 피로 푸는 법=명절 피로는 대개 장거리 운전과 수면 부족,생체리듬 변화로 인해 생긴다. 특히 자동차로 새벽이나 야간에 교통정체가 심한 도로를 장시간 이동하거나,오랜만에 만난 친지들과 회포를 푸느라 평상시보다 늦게 잠자리에 들면 피로가 가중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추석 연휴 중 늦잠을 잘 경우 오히려 피로가 가중되므로 평상시 처럼 일어나는게 좋다. 정 졸리면 낮에 20분가량 토막잠을 자는 게 낫다. 연휴 마지막 날에는 평소보다 한두 시간 먼저 잠자리에 든다. 최대한 휴식을 취해 남은 피로를 완전히 풀 수 있는 완충의 시간을 가지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연휴 뒤 직장에 출근한 후 중대한 의사결정은 잠시 미뤄두는 게 좋다. 누적된 피로로 인해 업무를 처리하다 실수할 가능성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심호흡과 산책,밝은 음악듣기,친구와의 대화가 연휴 후유증을 털어내는데 도움이 된다.

따뜻한 물에서 목욕을 하거나 가벼운 체조 등으로 긴장을 풀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목욕물에 말린 귤껍질이나 유자를 넣으면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고 뭉친 근육을 풀어주며 명절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드링크 커피 홍차와 같은 카페인 음료보다는 비타민C가 많이 함유된 과일주스나 감잎차 솔잎차를 마시는 게 머리를 맑게 하는데 효과적이다.

◆각종 증상 대처법=명절에 가장 흔하게 불편을 끼치는 증상은 차멀미와 음식이 얹히는 것이다. 차멀미가 심한 사람은 차에 타기 1시간 전 멀미약을 먹거나,4시간 전 귀밑에 패취제를 붙이는 게 좋다. 단 녹내장 환자는 멀미 억제 성분이 안압을 올리므로 삼간다.

체한 경우에는 바로 소화제부터 먹지 말고 한끼 정도 걸러 위와 장이 쉬도록 해주는 게 바람직하다. 식체에는 매실즙이나 진한 매실차가 좋다. 위장과 십이지장의 소화액 분비를 촉진하고 체한 것을 풀어준다. 살균 정장 작용이 있어 배탈 설사를 완화한다. 다만 열이 많거나 위산과다가 있으면 피한다.

늦더위에 많은 명절 음식을 준비했다가 자칫 상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음식은 반드시 60도 이상이나 10도 이하에서 저장하고 데워 먹을 때는 70도 이상의 온도에서 3분 이상 가열한다. 가벼운 세균성 식중독은 특별한 치료 없이도 증세가 나아진다. 다만 설사가 난다고 무작정 굶는 것보다는 보리차를 충분히 마시고 죽이나 소화가 잘되는 따뜻한 음식을 조심스럽게 섭취토록 한다. 수분 비타민 미네랄(염분)은 필요하지만 과일즙이나 탄산함유 음료는 피한다.

◆성묘길 주의사항=벌에 쏘이는 것과 들쥐에 의한 유행성출혈열,렙토스피라,쯔쯔가무시병 감염을 조심해야 한다. 벌을 유인하지 않으려면 화려한 색의 옷을 피하고 향수나 스프레이를 뿌리지 않는다. 제사음식을 들고 다니는 것도 피하는 게 좋다. 벌에 쏘이면 신용카드 같은 납작하고 딱딱한 도구로 피부를 밀어내면 쉽게 벌침을 빼낼 수 있다. 이어 찬 물수건이나 암모니아수를 적신 수건으로 감싸주면 가려움증이나 부기를 완화시킬 수 있다. 항히스타민제를 먹거나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면 더욱 좋다. 호흡곤란이나 구토증세가 나면 벌독에 의한 과민성 알레르기이므로 즉시 병원으로 후송한다. 최근에는 말벌에 쏘여 침독에 의한 쇼크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으니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들쥐 배설물을 흡입하거나 접촉하면 감염위험이 높아지므로 긴 소매 옷과 바지를 입고 풀밭에 앉거나 눕지 말고 옷을 널어놓지 않도록 한다. 성묘 후에는 목욕하고 입었던 옷을 세탁하는 게 좋다. 성묘 1∼2주 후에 두통 오한 고열이 나면 감염이 의심되므로 병원에 가봐야 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