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은 전당대회 사흘째인 27일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을 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했다. 이로써 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선 후보가 탄생했다. 당초 28일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었던 오바마 상원의원은 이날 대회장인 덴버 펩시센터에 깜짝 등장했다.

이날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기조 연설자로 나와 "오바마는 미국의 꿈을 재건하고,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회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수차례 강조하면서 오바마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부인인 힐러리와 오바마가 치열한 후보 경선을 벌일 당시 오바마의 저격수로 나섰던 클린턴이었다.

이제 민주당 전당대회가 흥행하느냐 마느냐는 무대 주인공인 오바마에게 달렸다. 마지막 날인 28일 그가 어떤 내용의 후보 수락 연설로 표심을 움직일지가 최대 관건이다. 다음 달 1일부터 나흘간은 공화당이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서 전당대회를 열어 존 매케인 대선 후보를 지명한다.

전당대회는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되는 초대형 정치 이벤트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기업들과 전문 로비스트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이를 선거 운동에 투입한다. 전당대회장이 로비의 천국으로 변하고 돈이 넘쳐 흐르는 이유다. 민주당은 이번 전당대회를 치르는 데 무려 4100만달러(약 443억원)를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돈 지갑은 대부분 기업,이익단체,노조,로비단체,부유한 개인들이 열었다. 이들이 민주당과 공화당의 올 전당대회에 기부한 금액은 모두 1억1200만달러에 달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1992년 대선 때보다 9배나 많다.

기부자 중에는 AT&T 비자 등 낯익은 기업들이 수두룩하다. 기업들은 대개 수만~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후원하면서 전당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덴버에 본사를 둔 통신업체 퀘스트커뮤니케이션스는 양당 전당대회에 600만달러씩 기부했다. 공무원 노조는 50만달러를 민주당에 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서의 대우는 기부 금액이 결정한다. 100만달러 정도를 내면 특급 대우다. 오바마가 7만명의 대의원과 당원,지지자들 앞에서 후보 수락 연설을 하는 덴버의 인베스코필드(풋볼 경기장) 스카이박스는 거액 기부자들에게 제공된다. 민주당 전당대회 준비위원회가 마련하는 파티만도 1200회에 이른다. 자연스레 오바마나 매케인,의원들과 교류하며 이해관계가 있는 사안을 로비할 수 있는 접촉면이 넓어질 수밖에 없다.

기업이나 이익단체 등이 이처럼 미 정당에 기부하는 금액은 도대체 얼마나 될까. 캠페인 파이낸스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2005년 이후 173개사가 모두 1억5900만달러를 민주당과 공화당에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민주당에는 54%(8640만달러),공화당에 46%(7340만달러)가 돌아갔다.

CNN방송의 정치 분석가인 빌 슈나이더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주말 하루 정도로 끝낼 수 있는 전당대회를 나흘 일정으로 늘려 막대한 선거 자금을 모으고 있다"고 꼬집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