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이 종반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올림픽 효과'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기업들의 마케팅 '열전'도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베이징올림픽 관련 업종별로 매출 및 시장 동향을 중간점검한 결과 이번 올림픽 특수는 유통, 전자 등 일부 업종에서 두드러진 반면 여행, 자동차 업계는 당초 예상과 달리 특수는 커녕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로 피해를 보는 등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 유통업계는 '대박' = 유통업체 중 홈쇼핑업계는 이번 올림픽으로 가장 큰 수혜를 누린 업종으로 꼽힌다.

애초 시청률을 뺏겨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란 우려와는 달리 채널을 돌리면서 시청하는 빈도가 더 높아져 주요 경기 시간대에 방송된 상품은 '대박'을 터뜨릴 정도였다.

이에 따라 여름철이 전형적인 비수기임에도 GS홈쇼핑은 올림픽 개막 후 열흘간 주문액이 개막 전 열흘에 비해 20% 상승했다.

현대홈쇼핑도 9-18일 TV와 간식류, 관련 스포츠용품 매출이 늘면서 전체 매출이 작년동기 대비 39.7%나 증가했다.

신세계이마트에서는 신선 식품이 11.4%, 가공 식품이 9.8%로 높은 신장세를 보였으며 스포츠용품도 5%의 신장세를 보였다.

롯데백화점 역시 최근 진행한 세일의 영향과 맞물려 올림픽 기간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17∼20% 늘었다.

또 중국에 진출해있는 롯데백화점 베이징점은 왕푸징 거리에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몰리면서 명품, 화장품 등을 중심으로 대회 개막이후 1일 평균 매출이 20% 증가했다.

◇ 전자..글로벌 인지도 상승.판매증가 = 국내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베이징 올림픽 무선통신 부문 공식후원사로 활동한 삼성전자는 이번 올림픽을 통해 중국내에서 휴대전화 판매량이 급증했을 뿐만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를 크게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긍정 평가했다.

특히 중국 국가대표선수단에 삼성전자 휴대전화를 제공하고, 중국인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선수 가운데 농구의 야오밍, 체조의 청페이, 탁구의 왕하이 등 3명의 스타를 모델로 내세운 광고가 큰 호응을 얻는 등 스포츠스타 마케팅이 주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현지 사정에 전략적으로 특화된 휴대전화인 듀얼스탠바이폰 D888, 올림픽 폰 F488 등을 출시한 결과, 베이징 올림픽 마케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점인 작년 6월 12%(약 136만대)였던 중국 시장 점유율이 1년만에 20%(약 264만대)에 이른 것으로 집계했다.

LG전자는 올림픽 공식 스폰서로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올림픽을 겨냥한 마케팅 활동보다는 실제 판매를 위한 매장을 중심으로 '실속형 마케팅' 활동을 전개했다.

LG전자는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평판TV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세계시장에서 타임머신 TV의 판매량이 작년 대비 약 2배 신장됐으며, 전체 평판TV 판매량도 30% 정도 확대됐다고 밝혔다.

또 올림픽 열기와 더불어 폭염이 지속되면서 LG전자는 국내에서 7월 한달 에어컨 판매량이 작년의 2배 수준으로 크게 증가한 데 이어 8월 초에도 가정에서 경기를 관람하려는 소비자들에 힘입어 올림픽 특수를 누렸다고 밝혔다.

국내 가전 전문 유통업체와 대형마트는 올림픽 경기를 보다 선명하고 큰 화면으로 보기 위해 새 TV를 장만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때아닌 특수를 누렸다.

하이마트는 이달 1-12일까지 매출 추이를 집계한 결과 평판TV 판매량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82% 증가했고 GS마트도 8-11일까지의 가전제품 매출 추이를 전주 같은 요일과 비교한 결과 TV는 28.8%, 홈시어터는 20.2% 증가한 것으로 집계했다.

◇ 특수 '실종' 업종도 = 중국 현지에 생산법인을 갖춘 자동차 업체들은 '올림픽 특수'를 누리지 못했다.

베이징 올림픽 기간 실시된 현지 정부의 각종 규제로 발목을 잡혔기 때문이다.

차량 홀짝제는 자동차 구매 수요를 위축시켰고 배기가스 규제로 판매용 차량을 탁송하는 화물차 운행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이 때문에 현대차 베이징 법인은 올림픽 기간에 판매할 완성차를 5∼6월에 미리 생산한 뒤 외부 하치장으로 옮겨놓았고 배기가스 기준에 맞는 화물차를 확보하는 등 '긴급처방'을 마련하느라 애를 썼다.

현대차 중국 법인의 현지 자동차 판매량은 6월 3만4천376대였지만 지난달에는 1만6천73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현대차는 올림픽이 끝나고 각종 규제가 풀리면 판매실적도 20∼30% 가량 상승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고유가와 고환율로 고통을 받고 있는 여행업계도 베이징올림픽으로 '삼재'(三災)가 꼈다면서 울상을 짓고 있다.

하나투어, 모두투어, 롯데관광 등 국내 여행사들은 지난해 해외 여행객이 급증하면서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으나, 올해는 고유가와 고환율로 해외 여행 수요가 줄어든데다 베이징올림픽으로 중국행마저 막혀 하루를 멀다하고 들려오는 중소여행사 도산 소식에 근심이 커지고 있다.

이같은 영향으로 여행업계는 올 여름 성수기의 해외여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30% 이상 빠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을 정도다.

올림픽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중국 여행상품, 초저가 특판상품 등 다양한 판촉을 벌였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여행업을 하면서 이렇게 악재가 많이 낀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k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