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슈빌리 전쟁 선포..그루지야 전역에 계엄령
러' 공수부대 투입..휴전 여부 미정

그루지야와 러시아 간 전쟁이 이틀째를 맞으면서 사상자가 속출하는 등 시간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하일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전쟁 상태임을 인정하고 그루지야 전역에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양국간 전면전이 임박했다는 위기감에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양국간 협상 창구가 마련되지 않고 있고 유엔 등 국제기구가 무력 사용 자제를 촉구하면서도 구속력 있는 조치를 취하지 못해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남오세티야 사상자 최대 1천500명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부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틀간 1천500명이 숨졌고 사망자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면서 "그루지야가 러시아의 보복으로부터 결코 안전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 지상군 관계자도 "그루지야군이 남오세티야에 대해 박격포 공격을 퍼부어 러시아 평화유지군 병사 3명이 추가로 숨지는 등 지금까지 15명이 사망하고 70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그는 "밤새 22명의 부상병들이 북오세티야의 블라디카브카즈로 후송됐으며 나머지 부상 병사들에 대한 후송 작업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현지 방송인 `루스타비 2' 채널은 마르네울리 공군기지에 대한 러시아 군의 공습으로 4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고, 사카슈빌리 대통령은 군인을 포함 30명의 그루지야인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전날 밤 위험 지역에서 빠져 나온 주민들은 그루지야군이 젊은 소녀들을 포함해 몇몇 여성들을 인질로 잡았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러시아 관리들은 지난 3일 동안 3만여 명의 남오세티야 난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폭격.공습 빈도, 규모 확대
그루지야 내무부는 "러시아가 군사시설 3곳과 BTC 송유관 부근에 폭탄을 투하했으며 유럽행 원유 선적 시설이 있는 흑해 연안 포티 항을 재차 공습했다"고 밝혔다.

이타르타스 통신은 일단의 러시아 공수부대가 츠힌발리 외곽에 배치되고 있으며 전투기들이 공격 반경을 점차 넓히고 보도했다.

그루지야 측은 10대의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러시아는 두 대의 전투기 격추 사실만 시인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볼드례프 지상군 사령관은 그루지야 군을 츠힌발리에서 몰아냈고 평화유지군 관할 지역 밖으로 밀어내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사카슈빌리 공식 `전쟁 선언'..계엄령 선포
사카슈빌리 대통령은 이날 TV를 통해 "전쟁을 선언하는 문서에 서명했다"며 그루지야가 총공세 태세에 돌입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즉각적인 휴전'을 동시에 제안했다.

그루지야 정부는 또 대통령 집무실을 비롯해 트빌리시 내 정부청사 소개(疏開)에 이어 그루지야 전역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이에 따라 수도 트빌리시에 대한 러시아의 대대적 공습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오고 있다.

그루지야는 이와함께 이라크에 파견한 병력 2천 명을 전원 철수해 3일 이내에 남오세티야 지역 전투에 합류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루지야는 지난해 이라크 파병군을 850명에서 2천명으로 증파했으며, 이는 미국과 영국 다음으로 많은 규모다.

◇국제사회 해결 노력 `감감'
이번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8일 긴급 소집됐지만 러시아와 그루지야 대사들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면서 아무런 소득이 없이 끝났다.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이날 회의에서 그루지야가 고의로 남오세티야에서 러시아 평화유지군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그루지야군이 '인종청소'의 죄를 짓고 있다면서 "상황이 너무나 비극적이어서 국제적십자위원회(ICRC)가 인도적 통행로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안보리는 9일 오후 재차 회의를 소집,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성명을 채택할 예정이다.

그런가 하면 미국은 러시아가 분쟁지역에서 군대를 철수하고 그루지야에 대한 모든 공격을 중단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휴전 협정 체결을 위한 공동 대표단 파견을 준비하고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남현호 특파원 hy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