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가업승계는 미래다] (1) 늙어가는 창업세대…"애꿎은 종업원만 일자리 잃어"
"가업 승계는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기업을 경영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넘기는 과정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선진국에서는 전통을 이어 온 중소기업들이 산업의 원동력이 되고 있는데 우리 사회는 이런 측면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

정우영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대한직물공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제원화섬 대표)은 20일 과도한 상속세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업계의 가업 승계 문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4월 중소기업중앙회에 구성된 가업승계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정 부회장은 "가업 승계는 말 그대로 가업,즉 경영활동을 잇는다는 의미일 뿐 회사의 자산을 맘대로 쓸 수 있는 권한을 넘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부동산이나 금융자산을 상속하는 부의 대물림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는 "상속세가 부담스러워 요즘은 기업을 살찌워 2세에게 넘겨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채를 잔뜩 만들어 껍데기 회사를 상속하는 일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며 "이래서야 100년，200년 가는 우량한 장수 기업이 나올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쌍둥이 칼로 유명한 독일의 세계적인 주방용품 제조업체 '헹켈'(1731년 창업)을 예로 들었다. 강한 중소기업이라야 첨단 설비를 갖출 수 있고，이런 중소기업이 가업 승계를 통해 기술력을 축적해야 비로소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강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부회장은 원활한 가업 승계는 고용 승계 및 일자리 창출과도 직결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상속세로 최대 50%를 내고 나면 재무구조가 부실해져 경영권이 넘어가거나 가업을 물려받은 2세가 불가피하게 회사를 접을 수밖에 없다"며 "이로 인해 애꿎은 종업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나라도 세계 일류로 인정받는 중소기업이 최소한 1000개는 나와야 한다"며 "가업 승계와 관련된 세제 등 각종 규제를 과감히 혁파해 강한 중소기업을 육성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