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의 침체와 주식시장의 불안, 계속되는 전쟁 등 악재 속에서 미국인들의 경제에 대한 불만이 최고조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미 시사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이 잡지와 록펠러 재단이 최근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85%는 미국 경제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는 미국인의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성격에 비춰볼 때 유례가 없는 일이다.

특히 흑인과 라틴계 사이에서는 불만률이 각각 96%와 88%에 달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뒤를 잇는 18세에서 29세 사이의 이른바 'Y세대'들 사이에서도 미국의 가장 좋은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는 의견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Y세대의 거의 절반 가량은 1990년대가 더 살기 좋았다면서 경제 상황이 앞으로 계속 나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 가운데 58%는 지난해 수입과 지출을 맞추기 위해 대출을 받아야 했다.

응답자 대다수는 여전히 자녀들의 삶은 자신들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답해 아직 '아메리칸 드림'이 완전히 사그라지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복지정부를 규정한 사회계약은 이미 붕괴돼 세계시장의 경제적 현실을 반영하는 새 계약을 맺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향후 자신과 가족의 재정에 과거보다 더 많은 위험이 닥쳐 친구나 친척에게 경제적으로 보다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답한 이들은 78%에 달했으며, 22%는 실제로 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지인들로부터 돈을 빌렸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응답자 대부분이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강조하는 '큰 정부'의 힘이 당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내 관심을 모았다.

응답자의 82%는 정부의 공공근로사업 실시를 지지했고, 경쟁에서 패배한 경제적 희생자들을 돕기 위해 보다 많은 사업을 벌여야 한다는 입장도 70%에 달했다.

공화당이 주도하던 시대 규제완화와 자립을 강조하는 정서가 사회 전반을 지배했던 것을 감안할 때 이러한 변화는 충격적인 것이라고 타임은 지적했다.

미국인들이 정말로 '큰 정부'를 원하는 지 여부는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밝혀질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hwang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