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發) 신용위기 확산 우려로 아시아 증시가 폭락했다. 미국 정부가 14일(현지시간) 국책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업체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대한 긴급 구제 방안을 내놓았는데도 뉴욕 증시는 하락세로 마감했다.

이 여파로 15일 아시아 증시에 '패니매 공포'가 확산되면서 금융주 중심으로 급락세를 나타냈다.

앞서 지난주 미 2위 모기지업체인 인디맥이 영업정지 되는 등 미국의 금융위기가 쉽사리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글로벌 증시의 약세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15일 코스피지수는 49.29포인트(3.16%) 내려 연중 최저인 1509.33으로 마감했다. 2007년 4월10일 이후 1년3개월 만의 최저치다. 외국인은 27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다. 일본 닛케이 평균주가는 255.60엔(1.96%) 하락한 1만2754.56엔으로 3개월 만에 1만3000엔 선이 깨졌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98.80포인트(3.43%) 급락한 2779.45를 기록했다.

이 같은 아시아 증시 동반 급락은 양대 모기지 업체의 유동성 위기로 재연된 미국의 신용 경색이 아시아 지역으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과 유럽 금융회사에 비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관련 피해가 적었던 아시아 금융사들이 미국 모기지 업체가 발행한 채권에 상당히 노출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의 불안감이 커졌다. 미국 정부가 지급 보증한 채권인데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금융사들이 막대한 손실을 볼 것이라는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일본 언론은 재무성 조사 결과를 인용,2개 금융사가 4조엔 규모의 미국 모기지 채권을 보유하고 있으며,주요 금융사들의 투자 규모를 합치면 총 9조엔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금융감독원도 국내 금융회사들의 패니매 및 프레디맥 투자 규모가 6월 말 현재 5억5000만달러라고 밝혔다.

브라운 브러더스 해리맨의 외환전략가인 헤드 마크 챈들러는 "일본 등 각국 중앙은행들이 국책 모기지 업체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양사가 파산할 경우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금융 시스템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 상황에선 코스피지수의 저점을 잡기 어렵고 상승 반전하더라도 V자의 가파른 반등은 힘들 것"으로 진단했다.

박문광 현대증권 투자분석부장은 "금융위기가 실물경기로 이전되면 세계경제가 상당기간 침체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