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투자자 120명 피해…경찰 수사 착수

신약을 개발한 중국 제약업체가 한국 증시에 상장된다는 말을 믿고 30억원대 주식을 구입한 내국인 120여명이 투자금을 고스란히 떼일 위기에 처한 사건이 발생,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증권선물거래소가 증권시장의 국제화를 목표로 최근 수년 간 외국 기업 유치에 나서 지난해 8월17일 3노드디지탈을 국내 증시에 상장시키는 데 성공한 이후 중국 기업과 관련한 주식범죄가 생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중국주식정보 및 중국 비상장주식 거래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C사는 2006년 중국 비상장 제약회사인 용단생물(龍丹生物)의 한국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며 국내 투자자들을 모집했다.

C사는 당시 "코스닥 상장을 위한 컨설팅 계약을 이미 체결했고 최근 국내 증권사들과 주간사 계약을 위한 미팅을 가졌다"며 투자자들을 유혹했다.

특히 "신약 2종을 개발해 제품 판매에 들어갔기 때문에 매출액 증가가 예상된다"는 언급도 있었다고 투자자들이 전했다.

투자자들은 이 회사의 말만 믿고 2005년 뉴욕 나스닥에서 상장 첫 날 공모가의 3배 넘게 상승한 인터넷 검색업체 바이두(百度.baidu.com)의 사례를 떠올리며 앞다퉈 용단생물의 비상장주식을 사들였다.

120여명의 국내 `개미'들이 대박의 환상을 품고 총 30억여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 5월 용단생물이 주주총회를 통해 주주들에게 10주당 1위안의 현금배당을 한다고 발표했음에도 정작 배당이 이뤄지지 않자 국내 주주들이 의구심을 품으면서 사기행각이 상당 부분 드러났다.

투자자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C사를 통해 용단생물 측과 접촉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무산됐고 이 회사의 국내 상장을 주도했던 대표이사는 이미 잠적한 상태였다.

C사는 "중국으로 직접 가서 후베이성 공상국을 통해 확인해본 결과 용단생물이 회사에 제공했던 재무제표, 사업자등록증 등 자료가 가짜로 판명됐다.

용단생물의 코스닥 상장이 어렵게 됐다.

우리도 피해자다"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C사가 용단생물이 유령회사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우리를 속인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대책 마련에 나서는 한편 서울 마포경찰서에 C사 대표이사 김모(38)씨를 고소해 수사가 진행 중이다.

특히 이들은 C사 대표이사가 이전에도 중국 비유통주에 대한 국내 투자자를 모집해 6명에게 주권 5억원 어치의 매입을 알선했으나 주권이 모두 가짜로 드러난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 사례도 유사한 사기행각임에 틀림없다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C사는 "용단생물이 중국 중개회사와 공모해 계획적으로 우리를 속인 것으로 판단돼 중국에서 소송을 낼 계획이다.

우리 회사 사장을 비롯해 지인들이 100만주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 피해를 본 것은 마찬가지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오후 C사 관계자를 불러 실제로 이 회사에 투자금을 맡긴 피해자들의 명의로 용단생물 주식구매가 이뤄졌는지 여부 등을 조사했으며 조만간 대표이사 김씨를 불러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박인영 기자 anfour@yna.co.krmong071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