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준 < 동덕여대 경영경제학부 교수 >

이명박 정부는 지난 대선 때 서민층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탄생했다.

산업화시대의 산물인 청계천 고가도로를 일반국민들의 휴식처로 돌려준 청계천 복원,서민들의 실생활에 필수적인 대중교통수단의 개편,소외계층에 대한 복지시설 확충 등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면서 이룩한 여러 성과들을 생각할 때 서민들의 지지는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정권 출범 100일도 채 못 된 시점에 시청 앞과 광화문 네거리를 꽉 메운 촛불시위라는 충격적인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쇠고기협상으로 촉발된 촛불시위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진정한 의미는 과연 무엇인가.

지난 10년 동안 우리 사회는 세계화가 확산되는 추세 속에서 대부분의 분야에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일반 서민들의 살림살이와 미래가 더욱 불안해졌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통합보다는 자기 집단에 대한 보호막을 더 확고히 해서 기득권을 강화하려는 집단들과 이것으로부터 소외된 일반 서민들 간에 냉전이 확산되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집단이기주의로 인한 불공정하고 불균형적인 분배구조는 자원배분의 왜곡을 초래하고 이로 인해 경제의 비효율성과 불평등도가 확대되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이러한 상황을 자율적으로 교정하지 못하는,소위 시장실패를 경험하고 있다.

이 경우 개혁과 개방을 통한 정부의 시장개입은 그 정당성을 부여받게 된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 100일을 보내면서 서민들은 현 정부가 과연 그들의 고달픈 삶을 이해하고 있는지,그리고 정부의 각종 정책이 진정 서민들의 생활을 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것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됐다.

이런 와중에 졸속 처리된 쇠고기협상은 기득권그룹에서 소외된 일반 서민들의 자존심을 몹시 상하게 하고 현 정부에 대해 가지고 있던 기대를 실망과 분노로 바꾸게 하는 촉매제가 됐다.

그래서 이들은 어둠에 대한 허탈감과 항의로,그러나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희망을 위해 촛불을 들었던 것이다.

촛불은 새로운 희망과 미래를 갈구하는 서민들의 너무도 자연스런 몸짓이자 표상으로 나타났다.

물론 촛불집회의 순수성에 편승해서 서민들이 개혁대상으로 간주하고 있는 일부 집단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 집회를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촛불집회는 이미 시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이제 촛불이 내포하고 있는 절실한 바람에 대해 진정성을 가지고 화답해야 할 것이다.

아직도 국민들의 50% 이상은 이명박 정부에 희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서민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이명박 정부는 무엇보다도 먼저 보수의 가치인 자율과 경쟁,그리고 개방을 더욱 확고히 해서 성장동력의 기반을 마련하고 추가적인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

둘째로 집단이기주의로 초래되고 있는 우리사회의 갈등과 왜곡을 단계적이고 일관성 있는 개혁을 통해 시정하고 개선해야 할 것이다.

그 결과 성장의 과실이 일부 기득권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반 서민에게도 정당하고 공정하게 돌아갈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주어야 한다.

이때 정부는 서민들에게 일시적으로 먹거리를 제공하는 포퓰리즘의 유혹과 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셋째는 초기 촛불집회에서 나타난 민심을 대의민주주의로 흡수하기 위해 대통령은 여의도를 멀리 하기보다는 정치의 질적 개선을 위한 방안 마련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이 정기적으로 청와대에서 국회의원들과 국가 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이제 MB노믹스는 그간의 시련을 교훈삼아 서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고 사랑받는 개혁정책의 나침반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