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서 명암교차..보완책 마련 필요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과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비정규직 보호법이 이달 말로 시행 1년을 맞는다.

비정규직법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비정규직을 사회안전망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이는 긍정적 효과도 거뒀지만 비정규직의 집단해고와 외주화의 양산이라는 부작용도 동반했다는 지적이다.

비정규직법의 핵심은 비정규직을 2년이상 사용할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 제한'과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없애야 하는 `차별시정제도' 등 2가지다.

이 가운데 기간제 사용기간 제한 등 나머지 모든 규정은 이미 지난해 7월부터 5인 이상 모든 사업장을 대상으로 실시됐고 이번에 확대 적용되는 것은 차별시정제도다.

노동계에서는 비정규직 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사용사유제한'을 도입해야 한다며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이랜드 사태 등으로 비정규직법의 맹점도 드러남에 따라 노동부는 조만간 보완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 어떤 내용 담겨있나 = 사업주는 기간제 근로자(계약직)를 2년이상 사용할 경우 무기계약(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정규직 전환의 전제조건인 근로계약 기간은 소급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계약직이 정규직으로 자동 전환되는 실제 사례는 아무리 빨라야 2009년 7월 이후에 나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6월1일부터 2008년 5월31일까지 계약직으로 채용된 근로자는 2008년 6월1일부터 2010년 5월31일까지 같은 사업장에서 근무해야 정규직 전환 기회를 갖게 된다.

다만 파견근로자의 경우 파견근로 계약기간이 소급 적용되기 때문에 비정규직법 시행 이전에 근로계약을 체결했더라도 사용사업주가 법 시행 이후에 해당 파견근로자를 계속 사용하고 기간이 2년을 초과하면 사용사업주에 직접 고용의무가 부과된다.

그러나 박사학위와 기술사 등급의 국가기술자격을 가졌거나 변호사, 조종사 등 25개 전문자격을 갖춘 근로자들은 해당분야에서 2년 이상 근무해도 정규직으로 자동 전환되지 않는다.

이번에 100∼300인 이하 사업장에 확대 적용되는 차별시정제도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조건인 임금과 근로시간, 휴일ㆍ휴가, 안전ㆍ보건, 재해보상 등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차별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차별처우를 받았다고 판단한 비정규직은 차별처우가 발생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본인이 개별적으로 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을 신청해야 하고 노동위원회는 차별행위 중지나 근로조건 개선명령, 적절한 금전보상 등의 시정 방안을 제시하게 된다.

◇ 쟁점과 명암 = 노동계는 비정규직의 원천적인 해소를 위해 사용사유제한(임신이나 육아휴직 등 특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비정규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반면 경영계는 `노동시장의 유연화'라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비정규직법으로 인해 인력 운영에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고 불만이다.

비정규직법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차별시정제도를 놓고도 노사간 이견이 커 노동계는 회사의 압력과 해고에 대한 불안 등으로 비정규직 근로자가 선뜻 차별시정을 신청할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해 노조가 이를 대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반면 경영계는 노조가 차별시정을 할 수 있도록 한다면 차별시정 신청이 과도하게 제기돼 노사간 갈등만 증폭시킬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기업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기 위해 계약기간이 2년이 되기 전부터 미리 대량해고를 하거나 무분별한 외주화에 나서면서 오히려 비정규직이 확산되는 등 비정규직법의 부작용도 속속 드러났다.

지난해 6월부터 본격화된 이랜드 사태의 경우 사측이 비정규직법을 회피하기 위해 계약 해지 방식으로 비정규직을 사실상 해고하고 계산원 업무를 외주화하면서 촉발된 `비정규직법 딜레마'의 전형이라는지적을 받았다.

반면 긍정적 효과도 있어 우리은행의 경우 정규직 임금 동결을 전제로 개인금융서비스와 사무직군 등 분리직군제를 도입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외환은행과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도 노사합의로 비정규직의 고용을 보장하고 복리후생도 정규직 수준으로 대폭 개선했다.

이 과정에서 은행들은 분리직군제 도입 등으로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직무 또는 직군을 분리해 `중규직(반쪽짜리 정규직)'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또 병원노사는 지난해 임금 인상분의 약 3분의1을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사용하는 데 합의함으로써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노동부는 지난해 말까지 6개월간 민간과 공공 부문에서 10만명 이상의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 보완책 필요성에 공감대 =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에는 시각차가 있지만 보완책의 필요성에는 노.사.정 간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보완책으로는 외주근로자에 대한 차별시정 적용, 무분별한 외주화를 막고 비정규직을 고용한 중소기업 등에 대해 세금과 4대보험을 감면해 주는 등의 방안 등이 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은 ▲ 비정규직 계약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 ▲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최저근로조건 부여 ▲ 파견근로 업종 확대 ▲ 노동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의신청 간소화 ▲ 4대보험 적용의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한나라당은 또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임금인상의 요인이 생겼을 경우 인상분의 30만원까지 법인세에서 공제해 주고 10인 이하 사업장이 고용보험에 가입하면 그동안 미납한 금액과 함께 가입 후 1년간 보험료를 면제해 주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아울러 비정규직 근로자가 능력개발을 통해 더 나은 직장의 정규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직업훈련을 받는 동안 생계비를 지원하는 방안도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

그러나 기간제 근로자의 계약기간 연장과 파견업종 확대를 위한 네거티브(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예외를 열거하는 방식) 시스템의 도입 등은 심각한 마찰이 예상된다.

정부는 당초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허가 기간을 3년으로 정하고 파견제도 포지티브(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를 인정하는 방식) 시스템을 도입, 고용의 유연성을 확보하려 했으나 노동계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정규득기자 wolf8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