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출범 27년만에 처음으로 자정을 넘긴 혈투가 펼쳐졌다.

12일 목동구장에서 벌어진 2008프로야구 우리 히어로즈-KIA 타이거즈 경기는 연장 14회의 대접전을 벌인 끝에 13일 0시49분에야 종료됐다.

올시즌 처음 `끝장 승부'가 도입된 가운데 경기도중 비가 내려 55분간이나 중단되기도 했던 이날 경기는 1982년 프로야구 출범이후 1만2천117경기만에 처음으로 자정을 넘긴 경기로 기록됐다.

종전 프로야구에서 가장 늦은 시간에 끝난 경기는 2003년 7월25일 수원에서 열린 현대-한화 전으로 밤 11시48분에 종료됐다.

우리-KIA 전은 중단된 시간을 제하더라도 경기시간이 5시22분이나 걸려 올시즌 최장시간 기록도 깨뜨렸다.

양팀이 1-1로 맞선 채 연장전에 들어갔던 승부는 14회말 1사 만루에서 강정호가 천금같은 끝내기 안타를 터뜨려 우리가 2-1로 승리했다.

다승 1위인 KIA 윤석민은 9회 1아웃까지 산발 7안타 1실점으로 잘던지고도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해 승수 사냥에 실패했고 우리는 8명의 투수를 투입하는 물량공세 끝에 귀중한 승리를 낚았다.

우리는 이날 승리로 12일만에 꼴찌에서 벗어나 7위로 올라섰다.

대구에서는 김태균의 3점홈런과 이범호의 연속타자 홈런속에 한화가 삼성을 9-2로 물리쳤다.

원정 3연전에서 사흘연속 홈런을 터뜨린 김태균은 시즌 18호를 기록, 부문 2위인 카림 가르시아(15홈런,롯데)를 3개 차이로 따돌리고 단독 선두를 질주했고 타점도 58개로 2위 가르시아(47타점)와 큰 차이를 벌렸다.

한화 선발로 나선 송진우는 6⅔이닝동안 삼진 4개를 뽑아내며 3안타 1실점으로 막아 자신이 보유중인 최고령 승리투수 기록을 42세3개월26일로 연장시켰다.

5연승을 거둔 한화는 롯데를 밀어내고 23일만에 3위로 올라섰다.

문학구장에서는 SK가 정근우의 만루홈런 등 홈런 4방을 포함해 22안타를 몰아쳐 19-5로 제압, 대승을 거두며 8연승을 달렸다.

SK 선발 김광현은 5이닝을 3안타 1실점으로 막고 시즌 8승(3패)째를 올려 윤석민(KIA)과 다승 공동 1위가 됐다.

초반부터 마운드가 무너진 LG는 속절없이 6연패에 빠져 다시 꼴찌로 추락했다.

잠실구장에서는 오심 논란속에 두산이 롯데에 9-4로 역전승을 거뒀다.

2위 두산은 신나는 5연승을 달린 반면 6연패에 빠진 롯데는 4위로 밀려났다.

●목동(우리 2-1 KIA)
대다수 관중들은 이미 경기장을 빠져나갔고 치어리더는 녹초가 됐고, 볼보이도 주저앉은 뒤에야 승부가 갈렸다.

우리는 1-1로 맞선 14회말 선두타자 정성훈이 볼넷으로 나간 뒤 2루 도루에 성공했다.

1사 뒤 권도영은 유격수 내야안타를 쳐 1사 1,3루의 찬스를 잡았고 KIA는 이숭용을 고의사구로 걸러 만루작전을 펼쳤다.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상황에서 타석에 나선 강정호는 KIA 3번째 투수 손영민으로부터 짜릿한 좌전안타를 터뜨려 자정을 넘어선 뒤 우리 히어로즈에 승리를 안겼다.

KIA는 9회 1사 2루, 10회 1사 만루, 11회 1사 2,3루 등의 기회가 있었지만 후속타가 터지지 않은 것이 뼈아팠다.

●잠실(두산 9-4 롯데)
판정 하나가 경기 분위기를 확연히 바꿔놓았다.

롯데는 4-2로 앞선 5회초 1사 2루에서 유격수 땅볼로 친 가르시아가 1루를 먼저 밟은 것으로 보였지만 오석환 1루심은 아웃 판정을 내렸다.

가르시아는 헬멧을 내팽겨지며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롯데가 추가점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치자 5회말 두산이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이종욱이 내야안타, 고영민은 2루타로 무사 2,3루를 만든 두산은 김현수가 2루수 실책으로 살아나가 1점을 따라붙었고 김동주가 볼넷을 고른 뒤 홍성흔이 희생플라이를 쳐 4-4 동점을 만들었다.

두산은 계속된 1사 1,3루에서 안경현,이성열,최승환의 연속안타에 이어 김재호가 밀어내기 볼넷, 고영민은 밀어내기 몸맞는 공으로 타점을 올려 단숨에 8-4로 전세를 뒤집었다.

●문학(SK 19-5 LG)
SK가 두 이닝 연속 타자일순하는 등 가공스러운 공격력으로 LG 마운드를 초토화시켰다.

3회말 SK는 조동화가 중전안타, 정근우는 좌중간 2루타를 친 뒤 박재상의 내야안타로 선취점을 올렸고 이진영이 2타점 2루타를 날렸다.

기세를 올린 이진영은 상대 실책과 패스트볼로 홈을 밟았고 SK는 김재현의 볼넷에 이어 최정이 좌중간 펜스를 넘어가는 2점홈런을 터뜨려 6-0으로 앞섰다.

계속된 공격에서 조동화와 정근우, 이진영이 다시 적시타를 날려 단숨에 9-0으로 달아났다.

SK는 4회에도 최정의 솔로홈런과 정근우의 만루홈런 등으로 다시 8점을 추가해 17-0으로 크게 앞섰고 LG는 5회초 김상현이 솔로홈런을 날렸지만 SK는 6회 김재현도 1점홈런을 뿜어 쐐기를 박았다.

LG는 8회말 최동수의 3점홈런 등으로 4점을 만회했지만 초반 실점을 만회하기는 역부족이었다.

●대구(한화 9-2 삼성)
승부는 초반에 홈런 두 방으로 갈렸다.

한화는 1회초 1사 뒤 윤재국이 볼넷, 덕 클락은 우중간 안타를 치고 나간 뒤 김태균이 삼성 선발 윤성환으로부터 좌측 외야스탠드 상단에 꽂히는 3점홈런을 터뜨려 3-0으로 앞섰다.

이어 타석에 나선 이범호는 우월 솔로아치로 연속타자 홈런을 만들어 4-0으로 달아났다.

6회에는 이범호가 좌중간 2루타로 포문을 열어 1점을 추가한 한화는 7회초 상대 실책속에 이여상이 2타점 2루타를 치는 등 4점을 추가, 승부를 결정지었다.

삼성의 패색이 짙던 8회에 마운드에 올라 보름만에 실전 투구를 한 배영수는 1⅔이닝동안 삼진 3개를 뽑으며 무안타로 막았다.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이충원 장현구 기자 shoeless@yna.co.krchungwon@yna.co.kr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