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가 산유량 감소를 이유로 석유수출국기구(OPEC) 탈퇴를 전격 선언했다.

러시아 멕시코 영국 등 주요 산유국들의 원유 생산도 정점을 지나는 등 '오일 피크설'이 현실화되는 양상이다.

인도네시아의 푸르노모 유스기안토로 에너지 장관은 지난 28일 기자회견에서 "올해 안에 OPEC으로부터 탈퇴하기로 결정했다"며 "현재 인도네시아는 원유 수입국"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수실로 밤방 우도요노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조만간 OPEC 탈퇴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OPEC 회원국의 탈퇴는 1994년 가봉이 회비 부담을 이유로 탈퇴한 이후 처음이다.

자카르타의 원유분석가 쿠투비는 "인도네시아는 석유 수출 감소와 국내 기름값 급등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며 "석유값 인상을 외치는 OPEC 산유국과 이해관계를 달리할 수밖에 없다"고 탈퇴 의도를 설명했다.

인도네시아의 원유 생산량은 1990년대 중반 하루 160만배럴에 달했지만 현재는 100만배럴 수준으로 떨어졌다.

1998년 수하르토 정권 붕괴와 아시아 금융위기로 석유메이저들이 유전개발 투자를 줄인 게 직접적 원인이 됐다.

인도네시아에 이어 멕시코와 영국 등에서도 석유 생산이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어 에너지 수급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에너지부의 조사결과를 인용,15개 주요 산유국의 원유 수출이 지난해 하루 100만배럴(2.5%) 감소한 3870만달러에 그쳤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국제 유가는 57% 급등했다.

특히 비OPEC 회원국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멕시코와 러시아 노르웨이의 원유 생산이 줄고 있다.

멕시코의 원유 생산은 지난해 15% 급감했다.

멕시코 정부는 최대 해상유전인 칸타렐의 생산이 최근 1년 새 3분의 2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세계 2위의 석유수출국인 러시아도 원유 생산이 지난해 10월 최고를 기록한 뒤 꾸준히 줄어들어 지난달엔 전달 대비 0.3% 감소세를 보였다.

러시아는 극동 유전개발로 활로를 찾고 있지만 석유 수출에 붙는 비싼 세금 등의 영향으로 유전개발 투자가 부진한 상태다.

영국 북해유전의 생산도 지난 8년간 43% 감소했다.

현재 하루 170만배럴인 산유량은 2012년 100만배럴로 더 줄어들 전망이다.

미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 이란 쿠웨이트 등 6개 걸프국의 생산도 지난해 하루 54만4000배럴 줄어들었다.

반면 같은 기간 이들 국가의 자체 수요는 하루 31만8000배럴 늘어 가뜩이나 팍팍한 세계 에너지 시장에 기근을 조장하고 있다.

유일하게 세계가 기댈 수 있는 곳이 신규 유전 개발이 활발한 브라질과 카자흐스탄 정도다.

리먼브러더스의 애덤 로빈슨 분석가는 "원유 생산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조짐이 에너지 시장을 긴장시키고 있다"며 "고유가로 에너지 소비가 둔화되는 추세지만 앞으로 이 같은 위기감이 더 커질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