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1천원권의 발행 당시부터 숱한 논란을 불러왔던 `계상정거도' 도안이 이번에는 위작 시비에 휘말리면서 향후 도안 자체의 변경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19일 서화감정전문학자인 이동천 박사가 겸재 정선의 계상정거도(溪上靜居圖 ㆍ보물 585호ㆍ개인 소장)를 위작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한국은행은 "위작 여부에 대한 문화계의 엄밀한 판단이 이뤄져야 하겠지만 화폐의 유통 자체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문화계에서 도안 소재가 위작이라는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법정통화로서 화폐의 가치는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이를 회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도안 채택 당시부터 계상정거도에 그려져 있는 건물이 도산서원인지 계상서원인지를 놓고 말이 많았던 만큼 차제에 논란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도안의 변경이 검토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은 관계자는 "현 단계에서 도안 교체를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지만 만일 계상정거도 가 위작으로 굳어진다면 국가의 문화적 전통의 정수(精髓)를 담은 화폐에 위작을 도안으로 계속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상반기에 신사임당을 초상인물로 채택한 5만원권을 포함해 고액권이 발행되면 전반적인 도안의 재조정 문제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 도안 교체가 자연스럽게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위.변조 방지 기술이 시시각각으로 새롭게 등장하기 때문에 4-5년 주기로 화폐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이러한 기회를 활용해 자연스럽게 일부 문제가 있는 도안을 교체하는 방안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만일 계상정거도가 위작으로 판가름난다면 도안 교체 시기가 예상보다 더 빨라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꼭 이러한 문제만이 아니더라도 고액권 도입 방침이 확정됐을 때부터 이미 1천원, 5천원권의 도안교체 문제가 거론돼 왔다.

5만원권 인물초상인 신사임당과 5천원권의 인물초상인 율곡 이이가 모자(母子)간이라는 점 때문에 화폐 체계 전반에 걸쳐 인물초상의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따라서 이번 위작 시비를 계기로 현재 화폐 도안체계의 변경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