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재단 우주단장 장영근 (항공대 교수·항공우주공학)


지난주 미얀마를 덮친 사이클론의 피해가 2004년 발생한 쓰나미 피해에 버금갈 정도라고 한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도 기상청의 계속되는 기상오보로 국민들의 불만이 대단하다.

지난 몇 년 동안 기상청은 일기오보의 원인으로 첨단장비의 부족을 호소해 왔다.

슈퍼컴퓨터가 대표적이다.

지구 대기는 수많은 인자들이 상호 작용을 해서 날씨를 결정한다.

이러한 대기의 유동은 복잡한 수학 방정식으로 표기된다.

이 방정식을 풀기위해 수많은 수치 모델링이 필요하다.

향후의 대기 변화를 수학적으로 계산함으로써 날씨를 예측한다.

바로 이런 대기 유체역학 계산에 대용량의 슈퍼컴퓨터가 필요하다.

두 기의 슈퍼컴퓨터 도입에도 기상예보 정확도는 피부로 느낄 정도로 개선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우리 한반도의 지형과 특성에 잘 맞지 않는 구식의 수치입력 모델을 사용했기 때문이란 변명이 있었다.

급기야 기상위성의 필요성까지 제기돼 우리나라 최초의 기상위성이 내년 6월에 발사될 예정이다.

현재까지는 일본과 미국의 기상위성에서 제공되는 데이터를 사용해 왔다.

사실 우리 소유의 기상위성을 운용한다고 해서 기상예보 정확도가 현저하게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조금 더 자주 기상 관련 데이터를 받아 볼 수 있기는 하겠지만 정지궤도인 3만6000㎞ 고도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로 한반도의 특정지역에 대한 게릴라성 호우와 같은 악(惡) 기상을 예측한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기상예보를 위해서는 다양한 장비를 사용한 측정치를 종합해 수행한다.

이번에 감사원이 발표한 하나의 장비 문제로 기상오보가 발생했다는 논리는 너무 비약적이다.

지상에서의 데이터는 물론이고 하늘과 바다 위의 데이터,심지어 우주에서의 데이터도 필요하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요소는 따로 있다.

다양한 데이터를 조합해 정확히 해석 및 예측할 수 있는 실력과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이다.

아무리 고가의 첨단장비와 소프트웨어를 갖췄다 해도 최종적으로 데이터를 가공해서 예보를 하는 것은 인간이다.

작금의 기상오보는 첨단장비 문제보다는 전문가 및 경험 부족이 더 큰 원인으로 생각된다.

기상예보는 결코 정확한 과학이 아니다.

오랜 경험에서 오는 직감이 더 과학적일 수도 있다.

그래서 기상예보를 과학이 아닌 예술이라고 하는 이들도 있다.

3차원으로 생각하며 마음에서 날씨 요소들의 상호 작용을 그리는 것과 같은 예술적 재능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서만 얻어진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중앙정부는 항상 공무원의 전문성을 강조한다.

그래서 외부의 민간 전문가를 공무원으로 기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대부분 업무에 익숙할 만하면 자리를 옮기는 것이다.

최소한 과학기술 관련 공무원들은 전문성을 가장 중시해야 한다.

지금처럼 1년 안팎으로 자리를 이동하는 것은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훨씬 많다.

우리는 기상예보 능력이 국가경쟁력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재앙으로까지 야기되는 기상이변 시대에 국가와 기업이 살아남는 길은 누가 정확하게 기상예측을 잘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적인 곡물 중개회사인 스미스 바니는 자체의 기상위성까지 띄워 놓고 지구 곳곳의 기상관측을 한다.

이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곡물도 사고판다.

21세기에는 '웨더 마케팅(Weather Marketing)'이 각광받는 비즈니스의 한 축을 이룰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기상예측 정확도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은 높아만 가고 있다.

기상청은 현재 기상예보의 문제와 한계가 무엇인지부터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기상예측의 한계에 대해 국민의 관심과 이해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