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휘창 <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

우리 말의 주막(酒幕)이라는 단어는 '시골 길가 또는 도심 변두리에서 술과 밥을 팔거나 나그네에게 잠자리를 제공하는 집'이라는 뜻이다.

중국말에도 이에 해당하는 주뎬(酒店)이라는 단어가 있다.

의미는 역시 술과 음식,그리고 잠자리를 제공하는 호텔을 말한다.

두 단어 모두 술,음식,잠자리를 제공하는데 술(酒)이라는 말이 이 세 가지를 대표한다는 것이 재미있다.

또 흥미로운 것은 한국에서는 주막이라는 단어를 현재 사용하지 않지만 중국에서는 아직도 이 단어를 흔히 사용하고 있어 잘못하면 술집으로 착각할 수도 있다.

우리의 변화가 중국보다 앞서간다고 볼 수 있다.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중국과 한국을 비교해 보면,중국은 몸집은 크지만 움직임이 느린 큰 물고기이고,한국은 몸집은 작지만 빠르게 움직이는 작은 물고기라고 할 수 있다.

작은 물고기가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더욱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다.

우리는 중국의 거대한 땅덩어리나 수많은 인구에 압도당할 것이 아니라 중국이 한국보다 더 빨리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의 주막과 중국의 주뎬이 일본으로 건너가면서 이자카야(居酒屋)로 바뀐다.

이 단어에도 술(酒)이라는 말이 들어 가는데 음식과 술은 제공하지만 한국의 주막이나 중국의 주뎬과는 달리 잠자리는 제공하지 않는다.

잠자리 시설은 료칸(旅館)이다.

그런데 일본 료칸의 숙박요금은 객실이 아니라 사람 수에 따라서 계산한다는 게 특이하다.

따라서 두 사람이 두 개의 객실을 따로 사용하거나 한 개의 객실에서 함께 지내도 숙박료는 똑같다.

일본에 가서 숙박료를 줄이려고 여러 명이 함께 같은 방에서 지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아마 한국의 주막이나 중국의 주뎬도 옛날에는 숙박할 때 사람 수에 따라서 요금을 부과했을 것이다.

당시에는 큰 방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지내야 했기 때문에 방보다는 사람 수에 따라 계산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사람보다는 객실 숫자에 따라 계산하는 것이 더 합리적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료칸에서는 아직도 옛날 방식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일본은 매우 보수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필자는 현재 한국의 주막과 관련된 단어로 한ㆍ중ㆍ일 3국을 비교해 보았는데,다른 많은 사례에서도 이와 같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실제로 필자가 얼마 전 일본에서 안식년(安息年)을 보내면서 느낀 점은 일본이라는 나라는 장점도 많지만 문제점도 많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은 아직도 여러 면에서 보수적인 색채가 매우 강하다.

물론 이와 상반되는 사례도 많이 있다.

어쨌든 필자가 강조하고자 하는 점은 한국,중국,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면 우리의 미래에 대해서 중요한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그 나라의 언어를 알아야 한다.

현재와 같은 글로벌 시대에서 영어도 중요하지만 동북아에 위치한 우리로서는 중국어와 일본어도 잘해야 한다.

전략의 핵심은 최소 노력으로 최대 효과를 얻는 것이다.

어학공부에 있어 가장 효율적인 전략은 가능한 일찍 시작하는 것이다.

우선 영어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시작해서 계속하고,중학교 3년 동안은 중국어,고등학교 3년 동안은 일본어를 공부하는 것이다.

이렇게 비교적 어린 나이에 외국어를 시작하면 별로 힘들이지 않고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우리 국민 대부분이 영어,중국어,일본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다고 생각해 보라.우리의 국가경쟁력이 몇 배로 증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