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효과'로 유명한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가 타계했다는 소식이다.

나비 효과란 브라질 나비의 파닥거림이 대기 흐름을 바꿔 미국 텍사스주 토네이도로 이어질 수 있듯,멀리 떨어진 곳의 극히 작은 움직임이 세계 곳곳에서 전혀 예기치 못한 사태를 만들어낼지 모른다는 것이다.

실제 쿠퍼 존스턴의 저서 '엘니뇨:역사와 기후의 충돌'에 따르면 1912년 4월 타이타닉호 침몰이나 같은 해 남극점 도달에 도전했다 아문센에 한발 뒤진 스코트 일행의 참사,1812년 나폴레옹 군대와 1941년 히틀러 군대의 러시아 침공 실패는 모두 엘니뇨로 인한 기상이변 탓이었다고 한다.

엘니뇨는 페루 인근에서 간혹 크리스마스께 따뜻한 해류가 차가운 해류를 밀어내 해수 온도가 높아지는 현상인데 이 때문에 지구촌 전역이 알 수 없는 혹한과 가뭄에 시달리고 역사도 뒤바뀐다는 얘기다.

엘니뇨의 나비 효과는 이처럼 단순한 기상 이변에 그치지 않고 각국의 경제에 파장을 미치는 일종의 도미노현상까지 발생시킨다.

73년 수산업을 바탕으로 한 페루 경제를 엉망으로 만들고 우리나라의 콩값 파동까지 일게 했던 앤초비(멸치류) 사태가 그것이다.

엘니뇨로 앤초비가 떼죽음을 당하자 앤초비를 사료로 쓰던 미국의 축산농가가 콩을 대체사료로 구입하고 그 결과 한국의 콩값까지 급등했던 식이다.

날씨만 어느 한 곳의 변화가 여기저기로 번지면서 문제를 증폭시키는 건 아니다.

클린턴 정부 시절 재무장관을 지낸 로버트 루빈이 말했듯 오늘날 세계 경제는 어느 한곳도 따로 움직이지 않는다.

서브 프라임은 미국만의 문제일 수 없고 중국의 경제 발전은 치즈값을 올리는 마당이다.

나비 효과는 개인의 삶과도 무관하지 않다.

살다 보면 나와 눈꼽만큼도 상관없을 것 같던 일과 사람이 내 인생을 좌우하는 경우가 생긴다.

흔히 한 끗 차이라고 하거니와 순간의 판단과 선택이 삶의 성패를 가르는 일도 흔하다.

언제든 사소한 일도 정성껏 챙기고 순간의 판단에 만전을 기할 일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