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계에 종사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보고 싶은 공연을 회사돈으로 마음대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재수가 좋으면 차기 수입 작품을 고르기 위해 뉴욕 브로드웨이로 떠나기도 한다.

두 번째로 좋은 점은 지인들에게 관람권 할인으로 유세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굳이 내가 발 담근 공연 기획사가 아니더라도 판이 좁은 공연업계에서는 안면있는 직원들에게 알음알음으로 연결해서 할인을 받아내기도 한다.

대형 뮤지컬의 경우 기획사 직원을 통해 사는 할인율은 대략 20% 정도니 인맥이 돈인 셈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선 이렇게 공연업자로서의 권위가 떨어지고 있다.

이미 공식적인 경로로 최대 50%까지 싸게 공연을 볼 수 있는 작품이 널려있기 때문이다.

특히 매일매일 '재고 축적이 불가능한 상품'인 공연 티켓을 제때 소진시키는 일은 일종의 전시 상황이고 최전방에 서 있는 마케터들에게 적절한 할인 정책을 수립하는 것은 피해갈 수 없는 전술이다.

일반 관객들 입장에선 관람권을 싸게 살 수 있는 정보만 잘 안다면 나쁠 것은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어떻게 하면 공연을 싸게 볼 수 있을까.

우선 회사에서 상사 몰래 항시 인터넷 예매사이트나 공연 홈페이지를 띄워 놔야 한다는 것.잠시만 서핑을 해보면 당일 관람,주중 관람,반복 관람,그룹 구매,신분증에 포함된 특정 숫자 제시 등 기발한 할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특히 가족애가 주제인 뮤지컬들은 거의 대부분 동반 가족 할인 마케팅을 활용한다.

또 같은 공연 기획사에서 만든 서로 다른 작품을 볼 때는 먼저 본 공연의 티켓을 할인 증빙자료로 사용할 수 있는 경우도 종종 있다.

공연을 자주 관람하는 마니아들이 모여있는 인터넷 동호회에 가입하면 운영진이 직접 기획사와 가격 협상을 통해 얻은 공동 구매,개막전 프리뷰 할인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동호회에서도 티켓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은 각오해야 한다.

티켓 수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하루 종일 동호회 홈페이지를 붙잡고 있어야 한다는 점은 알고 있어야 한다.

최근 부쩍 각광받는 것은 신용카드사가 주도하는 할인이다.

아예 전용 홈페이지까지 갖추고 자사 고객들에게 화끈한 할인을 제공한다.

가령 비씨카드는 문화멤버십 서비스를 '프라운지(plounz)'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특정 공연의 단독 할인을 유치하는 등 공연 관람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는 공연 동호회 운영자 출신의 마니아들이 사회에 진출해 연관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데다 사회 전반적으로 기업의 문화마케팅에 대한 공감대가 커진 데 따라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

물론 할인을 감안해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탓에 오히려 제값을 주고 티켓을 구입한 관객들에게 '가격 저항'을 일으키는 일부 사례들은 지양돼야 한다.

하지만 공연 작품이 포화 상태인 뮤지컬 시장에서 현재 가장 필요한 일은 파이를 키우는 것이다.

대형 할인점들처럼 제살깎는 할인 경쟁은 경계해야 겠지만 뮤지컬도 영화 처럼 대중화시키려면 적정한 티켓 가격을 유도하는 게 공연업계의 의무가 아닐까.

/조용신 공연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