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계는 매력적이지만 상처도 많이 받는 곳"
"내 드라마는 '작품'보다는 '엔터테인먼트'"

"저는 회당 2천만 원을 받지 않아요. 그 아래로 받아요. 솔직히 회당 3천500만 원까지 제안이 왔지만 거절했어요. 3천500만 원어치 일을 하려면 얼마나 힘들겠나 싶더라구요. 지금도 충분히 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무리하게 욕심내고 싶지 않습니다."

SBS TV '온에어'에서 송윤아가 연기하는 서영은은 회당 2천만 원을 받는 특급 드라마 작가다.

그래서 콧대도 높고 '까칠'하다.

송윤아는 그런 서영은을 '온에어'의 김은숙 작가와 "똑같다"고 표현했다.

이에 대해 김 작가는 "실제로 내 모습과 많이 비슷하다. 친구들이 서영은을 보며 '너구나'라고 얘기한다"며 웃었다.

그러나 그는 원고료에 대해서는 "회당 2천만 원보다 적게 받는다"고 말했다.

'파리의 연인' '프라하의 연인' '연인' 등 '연인' 시리즈를 잇따라 성공시킨 김은숙 작가가 또다시 시청률 20%를 넘어서며 '흥행 작가'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20부작인 '온에어'는 7회가 방송된 26일 시청률 20%를 돌파했다.

하지만 김 작가는 아직 시청률이 못내 아쉬운 듯하다.

1일 전화로 만난 김 작가는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일반인에게 한 편의 드라마 제작이 무산되거나 만들어지는 과정은 그렇게 큰 관심거리가 되지 못하는 것 같다. 일반인이 방송에 관심이 많은 것 같지만, 제작 과정에 대해서는, 특히 중년 이상 어른들의 경우 관심도가 낮은 것 같다. 우리 엄마도 '잘 모르겠다'고 하시더라"고 말했다.

주말에는 SBS 드라마가 강세를 보이지만 주중에는 맥을 못추는 까닭에 SBS에서는 일찌감치 '온에어' 연장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김 작가는 "연장해서 욕 먹는 것보다는 계획대로 끝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SBS에서 후속작 준비가 덜 됐다는 이유로 연장을 요청하고 있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연장 가능성을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방송국을 배경으로 한 내용이 분명 흥미롭지만 앞으로 할 얘기가 얼마나 될까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왜 빨리 극중에서 드라마를 찍지 않느냐'고 하시는 분도 있다.

하지만 드라마는 촬영이 일단 시작되고 방송이 나가면 얘기가 나올 게 별로 없다.

방송 나가기 전까지의 과정들에 사건 사고가 많다.

'온에어'는 실시간으로 한 편의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그리는 드라마다.

--전문직 드라마를 표방했지만 결국에는 또 한 편의 멜로 드라마로 기억될 것 같다.

▲시청자들의 관심사가 그런 것 같다.

드라마 게시판에 들어가면 누구랑 누구를 연결해달라는 의견이 가장 많다.

전문직 드라마를 해도 결국 관심사는 멜로인 것 같다.

멜로 없이는 드라마를 할 수 없는 것 같다.

하지만 확실히 내 전작들에 비해서는 멜로 비중이 줄어들었다.

'온에어'는 전문직을 가진 인물이 등장하는 트렌디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누구랑 누가 연결되나.

▲비밀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정해져 있다.

--서영은, 오승아 캐릭터가 화제다.

▲두 캐릭터 모두 나에게서 출발했다.

특히 서영은을 김은숙과 동일시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내가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대화가 잘되는 사람이 있고 어긋나는 사람이 있다.

후자의 경우 서영은처럼 접근했다가 오승아처럼 마무리하게 된다(웃음). 평소에도 서영은과 같은 몸짓을 하기도 한다.

다만 난 이혼하지 않고 행복하게 잘살고 있고 배우를 무서워한다는 점이 다르다.

극에서처럼 배우랑 싸워본 적은 없다.

--장기준, 이경민 캐릭터도 모델이 있나.

▲이경민은 신우철 PD를 모델로 했고 장기준 역시 나와 친한 실제 매니저가 모델이다.

그런데 밝힐 수는 없다. 본인은 물론 알고 있다.

서로 '~씨'라고 호칭하는 친구 관계인데 그분이 배우를 키운 과정을 잘 알고 있고 그것을 토대로 장기준을 그렸다.

--사실 지금까지 작업한 배우 중에 싸울 만한 배우도 없지 않았나.

▲모든 배우는 자기 주장이 강하다.

외계인보다 알 수 없는 게 배우고 '저래서 배우 하나 보다' 생각하는 적이 많다.

서영은-오승아처럼 싸우지는 않아도 배우 마음 상하지 않게 돌려서 내 의견을 얘기한 적은 있다.

--'파리의 연인'의 박신양, '연인'의 이서진에 이어 '온에어'의 박용하 캐릭터가 비슷하다.

좀 퉁명스럽게 말하고 무뚝뚝하다.

▲내 이상형이 진중하고 비겁하지 않은 남자다.

마음이 안 가면 잘 못 쓰다보니 이상형의 캐릭터를 계속 그리게 되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수다스러운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 남편도 과묵하지는 않아도 수다스럽지는 않다.

내가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온에어'는 어느 정도 사실적인가.

▲과장된 면이 아주 많다.

초고를 썼을 때 읽어본 사람들이 '다큐멘터리 찍느냐'고 했다.

리얼하게 쓰니 재미가 없더라. 아마 그대로 대본을 썼으면 누군가는 방송가의 실상을 제대로 알았을지 모르지만 시청률은 저조했을 것 같다.

현실에서 필요한 요소만 끌어다 드라마틱하게 재구성했다.

단적으로 현실에서는 작가와 배우가 그렇게 많이 만날 일이 없다.

극적 재미를 찾다보니 많이 극화시킨 것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드라마 내용을 실제로 받아들인다.

▲그런 것 같다.

난 이쪽 업계에 몸담고 있어서 몰랐는데 친구들은 "괜찮냐. 앞으로는 방송 못하는 거 아니냐"고 걱정하기도 한다.

드라마가 그리는 상황과 내용이 세게 다가가는 모양이다.

그런 반응을 보며 수위 조절에 대해 고민하기도 한다.

--서영은을 통해 자아비판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하하. 자아비판까지는 아니지만 과거 내가 쓴 드라마를 많이 보는데 '저 신은 이렇게 썼더라면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종종한다.

그때는 시간에 쫓겨 수정하지 못하고 방송에 그대로 나간 경우가 많다.

'명대사는 많지만 깊이는 없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는데 아무래도 신경이 쓰인다.

인터넷에 들어가보면 내 드라마를 보고 "남는 게 없어서 안봐"라는 비난이 많다.

하지만 노희경 작가나 인정옥 작가 같은 분이 있으면 나 같은 작가도 있어야 드라마가 다양해지는 것 아니겠나 싶다.

--혹시 서영은을 통해 다른 작가를 에둘러 비판하는 것은 아닌가.

▲그렇지 않다. 내가 드라마를 잘 안본다.

극중에도 '넌 참 문제야. 드라마를 그렇게 안 보니'라는 대사가 있을 정도다.

최근에 본 드라마를 꼽자면 '마왕'이 있는데 정말 숨도 안 쉬고 봤다.

3일간 몰아서 봤는데 정말 재미있었고 잘 썼다.

그런 작품이 왜 시청률이 안 나올까 생각도 했는데, '모든 시청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는 그 작가가 나보다 용감하다고 생각했다.

'한성별곡'도 재미있게 봤다.

--좋은 드라마는 뭐라고 생각하나.

▲좋은 드라마가 뭔지에 대해서 해답은 없다.

다만 내가 쓴 드라마는 '작품'이기보다는 '엔터테인먼트'라 불리는 게 어울리는 것 같다.

난 '제 드라마'라고 표현하지 '제 작품'이라는 말을 잘 안 쓰는데 인터뷰를 하고 나면 꼭 '드라마'가 '작품'으로 바뀌어 있더라. 난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은 재미라고 생각한다.

슬프건, 유치하건, 아줌마 이야기를 너무 실감나게 표현하건 재미를 주는 게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이다.

그런 점에서 난 경쾌하고 알콩달콩한 이야기를 제일 잘 쓰는 것 같다.

--방송계ㆍ연예계의 치부를 드러냈다. 그럼에도 이 세계의 매력이 있다면.

▲방송계는 아주 매력적이지만 상처도 많이 받는 곳이다.

처음에 드라마를 썼을 때는 그 드라마에 출연했던 배우와 평생 연락하며 잘 지내는 줄 알았다.

그러나 이제는 나도 그 약속을 안 지키고 그런 말들이 빈말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쪽 일이 만나고 헤어짐의 수없는 반복이라는 것에 늦게 익숙해진 편이다.

하지만 그런 것에만 상처를 받지 않으면 매력적인 동네다.

또 서른여섯 여자 중 나만큼 직업 만족도가 높은 여자도 별로 없을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작가가 꿈이었고 드라마가 점점 더 좋아지는 중이다.

다만 제일 걱정되는 것은 20개월 된 딸 아이다.

시어머니가 키워주시는데 아이가 날 잘 모른다.

요즘 엄마의 위치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아이 때문에 많이 힘들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같이 있어주지 못해 미안하고 일과 육아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다.

--미니시리즈 드라마 작가들이 원래 방송 중에는 정신이 없는데 여유가 많다.

▲이 드라마는 오래 전부터 준비를 했기 때문에 그렇다.

현재 15부 대본을 쓰고 있다.

대본을 빨리 쓰는 편은 아니지만 구성이 잡히면 대사는 빨리 쓴다.

'쪽 대본'은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