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신일본제철 "미탈 게 섰거라"

값싼 원재료. 물류비 절약 … 브라질.인도 등 증설

포스코 신일본제철 등 세계 철강업계 2위 그룹의 '몸집 불리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베트남과 인도에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 중인 포스코에 이어 신일본제철도 브라질에 고로(高爐)를 짓기로 했다.

멀찍이 앞서 나간 1위 업체 아르셀로 미탈과의 격차를 줄이고 원자재 시장에서 일정 수준의 협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해외 제철소 건설을 통한 생산량 증대가 불가피하다는 셈법에서다.


◆불붙은 고로 경쟁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최대 철강회사인 신일본제철이 브라질에 대형 제철소를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25일 보도했다.

일본의 철강업체가 해외에서 고로 방식의 대형 제철소를 짓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총 투자액은 5000억~6000억엔(약 5조~6조원) 규모로 오는 2012년 가동이 목표다.

연간 생산량은 600만t에 이를 전망이다.

포스코는 신일본제철보다 한발 앞서 해외 생산시설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인도에 연산 1200만t 규모의 제철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고 베트남에서도 제철소 건설 타당성을 검토 중이다.

현지 환경단체 등이 반대하고 있지만 대화가 잘 되고 있어 건립에는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현재 세계 철강시장 1위는 아르셀로 미탈.인도의 미탈그룹이 공격적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2006년 만들어낸 철강회사다.

아르셀로 미탈의 연간 조강생산량은 1억2000만t(2006년 말 기준)에 육박한다.

2위 그룹인 신일본제철(3370만t)과 포스코(3300만t),JFE(3202만t)에 비해 4배나 큰 공룡이다.

아르셀로 미탈의 덩치가 급격히 커지면서 2위 그룹엔 비상이 걸렸다.

세계 철강시장에서 발언권과 협상력이 뚝 떨어졌기 때문.현재 수준에 머물러 있다가는 언제 먹힐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앞다퉈 국내외 생산기지 확대에 나서는 이유다.


◆원자재가 촉발한 해외 증설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원자재 확보를 위해서도 해외 생산기지는 절실하다.

철광석과 무연탄 등 철강 원재료 산지에 직접 제철소를 지으면 이런 고민이 상당 부분 해결된다.

우선 물류비용이 절약돼 싼 값에 원재료를 끌어다 쓸 수 있다.

제철소 건설은 대개 광산에 대한 지분 투자와 병행하기 때문에 물량 확보에도 유리하다.

광산업체 간 M&A 바람도 철강회사들이 나라 밖으로 나가는 한 요인이다.

세계 1위 광산업체인 호주의 BHP빌리턴은 최근 3위 업체인 호주의 리오틴토를 먹겠다고 선언한 상태.철강업체 입장에서는 몸집을 키워야만 거대 광산회사와의 협상 테이블에서 휘둘리지 않는다.

2위 그룹 철강회사들의 진출 예정 지역은 거대 소비시장이라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국내 수요는 이미 한계에 달했다.

한국의 1인당 철강소비량(2006년 기준)은 1t을 넘는다.

주요국 가운데 단연 1위다.

일본도 650㎏에 달해 최상위권에 속한다.

더 이상 철강 제품을 팔 수 없을 정도로 포화상태에 이른 것이다.

반면 브라질과 인도의 1인당 철강소비량은 각각 112㎏과 41㎏에 불과하다.

시장 잠재력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