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은 눈물을 흘리며 작별의 인사를 전했고, 피겨 팬들은 뜨거운 박수로 쓸쓸한 퇴장을 격려했다.

지난해 대회 챔피언 안도 미키(21.일본)가 21일(한국시간) 스웨덴 예테보리 스칸디나비움 빙상장에서 치러진 2008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경기 시작 1분13초 만에 왼쪽 종아리 부상을 이겨내지 못하고 끝내 경기를 포기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부터 종아리 근육 파열로 컨디션 난조를 보이며 8위에 그쳤던 안도는 이날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앞두고 출전이 불확실했다.

일론 언론들은 기권할 것이라는 성급한 보도까지 쏟아냈다.

프리스케이팅 시작 6시간 전부터 일본빙상연맹과 안도를 지도하는 모로조프 코치도 난상토론 끝에 대회 출전을 포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고 안도에게 불참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그러나 안도는 출전 의지를 굽히지 않았고 마침내 원정 응원에 나선 일본 팬들의 응원 속에 은반 위에 섰다.

앞선 연기자의 점수 발표를 기다리던 안도는 트리플 러츠로 컨디션을 조절했지만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불길한 출발을 보였다.

마침내 비제의 카르멘이 장중하게 흐르고, 안도는 굳게 입술을 깨물고 연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점프의 축이 되는 왼쪽 종아리 부상은 안도의 점프를 가로 막았다.

첫 번째 트리플 러츠부터 착지에서 흔들린 안도는 두 번째 트리플 살코우를 뛰다 넘어졌다.

이어진 트리플 플립을 앞두고 그대로 멈춰서고 말았다.

순간 경기장은 침묵이 흘렀고, 안도는 조용히 심판석으로 다가가 눈물을 흘리며 경기 포기 의사를 전했다.

전광판을 통해 안도의 눈물이 보이자 관중은 안타까운 탄성을 질렀고, 쓸쓸하게 퇴장하는 안도에게 큰 박수를 보냈다.

안도는 다시 링크 중앙으로 나와 눈물을 흘리며 작별인사를 전한 뒤 경기장을 떠났다.

(예테보리<스웨덴>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