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첫 흑인 영부인의 꿈을 키우고 있는 미셸 오바마, 이번 대선의 킹메이커로 등장한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의 각개 약진에도 불구, 미국 흑인여성들이 여전히 유.무형의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5일 발간된 미국도시연합(NUL)의 연례 보고서 '스테이트 오브 블랙 아메리카'는 미국 흑인 여성들의 승리를 상징하는 이러한 사례들과 여전히 남아있는 경제, 사회,복지 및 심리적 차별 간의 틈에 초점을 맞췄다.

흑인 여성들이 겪는 인종.성별적 불평등은 지금껏 흑인 남성의 높은 범죄율 등 흑인 사회 내의 다른 문제에 가려 제대로 된 조명을 받지 못했다.

북캐롤라이나 베넷여대의 줄리안 맬벅스 학장은 지난해 초 CBS라디오 진행자 단 아이머스가 인종차별 발언으로 큰 물의를 불러 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간 변한 것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아이머스는 지난해 4월 방송 도중 주로 흑인 여학생들로 구성된 미국 러트거스대 여자농구팀 선수들을 "곱슬곱슬한 머리의 창녀들"이라고 불러 해고됐지만 시타델 브로드캐스팅사와 재계약에 성공, 7개월만에 방송에 복귀했다.

맬벅스 학장은 TV 일요일 아침 프로는 여전히 백인 남성들이 지배하고 있는 한편 흑인 여성들은 "랩 뮤직비디오에서 몸을 흔들고 흐느적거리는 이미지"로만 강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흑인 여성들이 직접 가사를 처리하고 자녀를 양육하는 비율이 백인이나 라틴계 여성보다 높으며 취업률 또한 흑인 남성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흑인여성들의 평균 소득은 주당 566달러(약 53만6천원)로 흑인 남성의 주당 평균 소득인 629달러(약 60만원)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북캐롤라이나주(州) 소수경제 개발 연구소의 안드레아 해리스 소장은 흑인 여성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로 다른 인종.성별 집단보다 더 큰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최근 정부가 공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6년 주택담보 대출을 신청한 흑인 여성의 수가 백인 남성을 훌쩍 뛰어넘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게 해리스 소장의 근거다.

한편 공공보건전문가인 도리스 브라운 박사는 흑인 여성들의 암, 당뇨, 심장질환 발병률이 다른 인종.성별 집단의 평균을 상회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반면 흑인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 향상을 시사하는 내용도 있었다.

알렉시스 허먼 전 노동부장관은 기업가로 진출하는 흑인 여성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흑인 여성들이 소유한 업체의 수는 1997년에서 2006년 사이 147%나 증가했다.

이 기간 전체 산업 성장률은 24%에 불과했다.

흑인 여성들의 정치적 파워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도 전망을 밝게하는 요인이다.

최근 민주당 경선 출구조사 결과 흑인여성들의 힘이 지난 2004년 대선때 보다 더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이들의 주된 관심사는 의료서비스 영역 및 경제적 불평등 문제에 몰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크 모리알 NUL 회장은 흑인 여성은 "흑인 가정을 지탱하는 기둥(backbone)으로, 흑인 여성이 상처를 입으면 가족 전체가 고통을 겪는다"며 "그러나 이들의 지위가 향상될 경우 미국 전 사회를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 AP=연합뉴스) hwang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