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정부 불명예 퇴진 등에 따른 권토중래" 해석
"전관예우 근절 걸림돌…검찰 정치화 조장" 지적도

검찰을 일단 떠났다 정부 고위 각료로 화려하게 복귀하는 사례가 늘어 검찰 일선에서 "꺼진 불도 다시 봐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직으로 다시 돌아와 검찰과 법무부에서 쌓은 수사ㆍ행정 경험이나 경륜을 활용해 국가ㆍ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또다른 측면에서 검찰의 정치중립화를 해친다는 우려도 있다.

아울러 50대 중반의 한창 나이에 옷을 벗어야 하는 검찰 고위 인사 구조가 일찍 검찰을 떠난 간부들에게 계속 정치권을 기웃거리게 만들거나 거꾸로 정치권에서 이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도록 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오히려 검찰에 더 봉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 전직 검찰 수뇌부 잇따라 입각 = 새 정부 들어 청와대 민정수석을 맡은 이종찬 전 서울고검장은 서울지검 특수1ㆍ2ㆍ3부장과 3차장, 대검 수사기획관 및 중수부장을 거치면서 율곡비리 및 12.12, 5.18 사건을 지휘해 `특수수사의 산증인'으로 불린다.

참여정부 출범 때 동기인 김각영 당시 법무차관이 총장에 오르자 옷을 벗었다가 이명박 정부 출범으로 다시 공직을 맡았다.

김성호 국정원장 내정자도 대구지검장을 지내다 참여정부 부패방지위 사무처장으로 옮기면서 검찰을 떠났다가 법무부 장관으로 복귀한데 이어 새 정부에서 초대 국정원장에 내정돼 후배들로부터 `관운이 참 좋은 선배'라는 평을 얻고 있다.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사법시험 11회임에도 법무부 교정국장 시절 당초 사시 8회 출신이 맡을 것으로 예상됐던 차관 자리를 꿰차는 등 선두를 유지하다 2002년 이명재 총장이 임명되면서 검찰을 떠났다.

참여정부 마지막 정성진 전 법무무 장관은 대검 중수부장이던 1993년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때 부인이 상속받은 재산이 많아 논란이 되자 옷을 벗은 뒤 중앙선관위원과 국민대 총장, 국가청렴위원장 등을 지내다 무려 14년 만에 복귀한 케이스였다.

또 대통령직인수위원으로 여러 공직의 하마평에 올랐던 정동기 전 대검 차장은 법제처장 등으로, 심재륜 전 고검장은 국민권익위원장에 각각 거론되고 있고, 유력한 국정원장 후보였던 김종빈 전 검찰총장 등도 이른바 `언제라도 쓸 수 있는 카드'로 분류돼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대검 공안ㆍ중수ㆍ형사ㆍ감찰부장을 지낸 안강민 전 서울지검장도 한나라당 대선 경선후보 국민검증위원장과 4월 총선 지역구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 검찰 내 부정적 반응도 많아 = 이런 경향에 대해 일선에서는 `검찰을 떠날 당시의 불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일종의 반작용'이라는 동정론적 분석이 있다.

동기 중에서 누가 봐도 선두 그룹에 있던 이들 일부는 정권이 바뀌면서 정치적 이유로 검찰총장 등의 인사에서 속칭 `물을 먹는 등' 억울한 측면이 많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검찰을 떠났던 인사가 정치권과의 인연 등을 이유로 검찰 인사나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직으로 되돌아오면 후배들에게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것이라는 분위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한 차장급 검사는 3일 "그렇지 않아도 전관예우 병폐가 심각한 지경인데 까마득한 선배가 언제라도 본인의 앞길을 좌우할 수 있는 자리로 복귀할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면 어떤 검사가 이들을 일반 변호사 대하듯 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재경 지검의 다른 부장검사도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고, 이전과 다른 의미로 검찰의 정치중립화를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검찰의 조로(早老) 현상'이 낳은 어쩔수 없는 상황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김 장관이 사시 11회, 이 수석이 12회인 반면 임채진 총장은 19회로 7~8년 차이가 나는데다 총장이 50대 중반으로 `한창 일할 때'이고, 총장이 임명되면 동기들이 모두 옷을 벗어야 하는 관행이 검찰 수뇌부에서 자연스레 법무부 수장 등의 공직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일본의 총장은 정년에 임박해 임명되고, 우리나라 법관들에 비해서도 검사들의 승진이 너무 빠르다"며 "정부가 바뀔 때마다 검찰의 조직을 뒤흔든 게 역설적으로 이런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의영 기자 key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