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호(號)가 닻을 올리고 '월드컵의 바다'로 출항한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7일 오전 11시 '약속의 땅' 경기도 파주 NFC(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 모여 첫 담금질을 시작한다.

이번에 소집되는 대표팀은 오는 30일 오후 8시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질 남미 다크호스 칠레와 친선경기 및 다음달 6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치러질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투르크메니스탄과 첫 경기에 출전한다.

허정무호는 2월6일부터 6월22일까지 북한, 투르크메니스탄, 요르단을 상대로 홈앤드어웨이 방식의 3차 예선 여섯 경기를 치러내야 한다.

이어질 최종예선은 일정이 나오지 않았지만 내년 초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남아공 월드컵까지는 아직 2년이 넘는 시간이 남아있지만 허정무호에 여유는 많지 않다.

2006 독일월드컵 16강 진출 실패 이후 2007 아시안컵 우승 꿈 좌초와 대표팀을 둘러싼 여러 잡음으로 실추된 태극호의 명예와 사기를 되살려야 한다.

◇국내파 먼저 뛰고 해외파 힘 보탠다 = 대표팀이 2008년 새해를 시작하면서 맞붙는 두 상대는 만만찮은 팀들이다.

한국 축구는 남미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다.

남미팀과 역대 전적에서 2승6무13패로 철저히 밀리고 있는데다 지난 8년 간 남미팀을 상대로는 무승(4무6패)으로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칠레와는 첫 대결이지만 이젠 징크스를 탈출해야 할 때다.

칠레전보다 훨씬 중요한 상대인 투르크메니스탄은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에서 한 번 맞붙어 2-3으로 진 적이 있다.

중앙아시아의 복병으로 방심할 수 없는 적수다.

허정무 감독은 국내파로 먼저 실험을 한 뒤 '본 게임'에선 해외파 3인방을 합류시킨다.

칠레전은 국내파 23명 만으로 팀을 꾸려 전체적인 밑그림을 잡아본 다음 타이틀이 걸린 투르크메니스탄전엔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설기현(풀럼), 이영표(토트넘)를 합류시켜 전력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27일 소집에는 국내파 23명(J-리거 포함) 중 20명만 먼저 나올 예정이다.

스페인에서 전지훈련 중인 올림픽대표 3명은 귀국 직후 허정무호에 가세한다.

◇'2.36대 1' 생존경쟁 스타트 = 허정무 감독은 예비명단 50명을 먼저 뽑은 뒤 26명을 추려냈다.

그러나 이보다 더한 경쟁인 베스트 일레븐 생존전쟁이 남아있다.

26명 중 11명 만이 선발 기회를 잡을 수 있어 산술적인 경쟁률은 2.36대 1이다.

포지션별로 2-3명씩 경쟁자들이 몰려있다.

베테랑 김병지(서울)와 올림픽호 골키퍼 정성룡(포항), K-리그 숨은 실력자 염동균(전남)이 겨루는 수문장부터 설기현과 정조국, 박주영(이상 서울)이 해외.국내파 자존심을 걸고 맞붙어야 하는 포워드 진용까지 경쟁 구도는 어느 포지션 할 것없이 치열하다.

허정무 감독이 '이름값을 보지 않겠다'고 한 만큼 각 포지션은 '무주공산'이다.

특히 골키퍼 염동균과 수비수 곽태휘(전남), 황재원, 박원재(이상 포함), 미드필더 이동식(제주), 황지수(포항), 구자철(제주), 공격수 조진수(제주) 등 처음 태극마크를 단 8인방의 각오는 남다르다.

허정무 감독이 전술적으로 어떤 포메이션을 가동할지도 관심사다.

축구대표팀은 딕 아드보카트 전 감독과 핌 베어벡 전 감독을 거치면서 '포백(4-back)' 시스템을 정형화했다.

허정무 감독은 지난 시즌까지 지휘봉을 잡았던 전남에서 스리백(3-back)을 기본 전형으로 삼아 작년 FA컵 우승을 이뤄냈다.

하지만 상대에 따라 4-4-2로 포메이션을 변형시키는 임기응변 전략을 쓰기도 했다.

대표팀이 중대 일전을 앞두고 급격한 전형 변화를 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허정무 감독과 정해성 수석코치의 머릿속은 복잡하기만 하다.

◇축구대표팀 소집 명단

△GK= 김병지(서울) 정성룡(포항) 염동균(전남)
△DF= 곽태휘(전남) 곽희주(수원) 황재원(포항) 조성환(포항) 조용형(성남) 강민수(전북) 조원희(수원) 이종민(울산) 김치우(전남) 이영표(토트넘) 박원재(포항)
△MF= 김남일(빗셀고베) 김두현(성남) 염기훈(울산)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동식(제주) 이관우(수원) 황지수(포항) 구자철(제주)
△FW= 설기현(풀럼) 정조국(서울) 조진수(제주) 박주영(서울)


(서울연합뉴스) 옥 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