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방준비제도 이사회가 긴급 금리인하를 단행한 후 글로벌 증시가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전날 유럽 증시가 일제히 반등한데 이어 23일 코스피 지수와 日 닛케이지수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급락의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다.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하는 경기를 방어하고자 하는 정부 당국의 강력한 의지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되면서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모습이다.

투자심리 개선의 돌파구가 마련된데다 단기 급락에 따른 밸류에이션 매력 등도 커지고 있어 당분간은 시장이 안정된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금리인하 효과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는 등 마냥 개운치만은 않은 분위기다.

일단 연준과 부시 행정부가 경기 안정을 위해 전방위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가계 소비 안정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의 김승현 이코노미스트는 "적어도 당면해 있는 경기하강 위험을 피하는 데는 효과적일 것이며, 美 경제의 과소비라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상황은 9.11 테러사태 이후와 상당히 유사하다면서,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하가 경기침체 리스크를 낮춰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

9.11 테러 당시 연준은 공격적으로 금리인하를 단행했었고, 美 행정부가 4년에 걸친 감세안과 일부 항구적인 감세조치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미국 경제는 안정적인 성장세로 복귀한 바 있다. 증시 역시 상승세로 전환.

동양종금증권은 지난해 12월 연준이 정책 성명서에서 스탠스를 분명히 하지 않은 결과 글로벌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을 확대시킨 바 있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진일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연준의 과감한 금리인하를 계기로 유럽과 영국 중앙은행 등 글로벌 금융 기관들이 동조적인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희망을 걸어볼만 하다고 판단.

최근 급락한 신흥 증시 주가는 이미 선진국의 경기 위험을 충분히 반영한 것으로 보이고,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동조적인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하락 위험 보다는 위험 요인 해소쪽으로 방향을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반면 푸르덴셜투자증권은 중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상승하는 순환고리에 들어갈 가능성에 주목했다.

단기적인 시장의 혼란은 수습되고 있지만, 지난 9월 이후 금리인하 시기를 전후해 유가가 급등했던 경험이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

대우증권도 중기적 시장 흐름을 좌우할 변수는 향후 발표될 경제지표들이 될 것이라면서, 4분기 GDP 결과와 1월 고용 동향 등을 면밀히 살펴볼 것을 권고했다.

이 밖에도 미국의 신용카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고, 채권평가기관들에 대한 줄소송 움직임이 관측되는 등 미국 금융 시장이 안정을 되찾는데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다행히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는 다소 약화됐지만, 저가 매수에 나설법한 지수대임에도 불구하고 기관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마음에 걸린다.

메리츠증권의 심재엽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의 금리인하가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이벤트인데다 아직 서브프라임과 관련된 본질적인 문제들에 대한 불확실성은 해소되지 않았다"면서 "美 증시가 전날 반등에 실패했고, 나스닥 선물지수가 하락하는 등 시장 참여자들의 의사 결정상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美 금융기관의 유동성 확보가 지속되고 있어 외국인 매도가 진정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가운데 이번 금리인하는 호재성 재료보다 美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한 억제 조치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추가적인 신속한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면서 추세 전환을 확인할 수 있는 시점은 2월 중순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