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이 5개월 만에 950원을 돌파하고 원ㆍ엔 환율이 장중 한때 100엔당 900원을 넘어서는 등 원화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원화가치 하락) 하고 있다.채권금리는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이 빠져나가고 있는 데다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아지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탓이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원50전 오른 954원에 마감했다.2006년 10월25일(955원70전) 이후 최고 수준이다.원ㆍ엔 환율도 100엔당 10원79전 오르며 2년3개월 만에 최고치인 899원15전에 거래를 마쳤다.장중에는 900원을 넘기도 했다.

원ㆍ달러 환율 급등은 무엇보다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를 빠져나가면서 주식매각 대금을 대거 달러화로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올 들어 전날까지 5조900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한 외국인들은 이날도 8400억원가량을 내다팔았다.


국제 금융시장 불안도 한몫하고 있다.역외에서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이머징마켓 통화를 팔고 안전자산인 달러나 엔화를 사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작년 11월 이후 달러화 대비 엔화 절상폭은 7.57%로 위안화(2.95%)나 유로화(0.14% 절하)보다 훨씬 크다.이날 엔ㆍ달러 환율이 전날보다 0.65엔 떨어진 106.08엔에 마감한 것은 엔 캐리 트레이드가 일부 청산된 때문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화가치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외국인의 증시 이탈이 둔화돼야 환율도 안정세를 유지할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또 올해 경상수지가 30억달러가량(한국은행 추정) 적자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환율 상승 요인이다.이진우 농협선물 연구원은 "지금 외환시장은 전 고점이나 기술적 저항선을 따질 때가 아니다"며 "낯선 레벨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이 이달 말 금리를 대폭 인하할 예정인 데다 환율 상승으로 수출업체들의 네고 물량이 늘어나는 상황이어서 환율 상승 속도는 둔화될 가능성도 있다.중장기적으론 환율 하락 압력이 커질 것이란 시각도 있다.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제 금융시장 불안이 진정되면 원화 등 이머징마켓 통화 역시 금융 불안에서 한 발 비켜나 있는 엔화처럼 달러화에 대해 강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채권시장은 안전자산 선호심리에 은행권의 자금수요 완화 기대가 이어지며 이날도 하락세를 이어갔다.3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0.05%포인트 내린 연 5.30%,5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0.02%포인트 떨어진 연 5.36%로 마감했다.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등락없이 5.86%로 거래를 마쳤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