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4·9총선' 공천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당내 양대세력의 수장인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박근혜 전 대표가 23일 회동을 가질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외형상 이 당선인의 특사단장 자격으로 중국을 다녀온 박 전 대표가 방중 성과와 중국 측 요청사항을 설명하기 위한 자리지만 공천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만남인 만큼 공천문제에 대한 담판의 자리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일단 양측은 공천 관련 논의가 있을 수도 있지만 원론적 수준에 그칠 공산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새 정부 출범 준비에 전념하고 있는 이 당선인으로선 당내 갈등문제에 휩쓸리는 모양새를 원치 않을 것이고,철저한 원칙주의자인 박 전 대표도 회동의 성격에 충실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당선인의 한 측근은 "당내 공천 문제와 관련해선 우리(당선인) 측이 뭐라 말할 입장이 아니고 할 말도 없다"고 말했다.또 다른 측근은 "어떤 식으로든 공천 문제가 거론되지 않겠느냐"면서 "다만 이 당선인은 공천은 당에서 당헌ㆍ당규에 따라 공정하게 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도 "이 당선인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면 모를까 박 전 대표가 먼저 이야기를 꺼낼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또 다른 측근은 "우리는 지금 이 문제를 가지고 별로 협의할 분위기가 아니다"면서 "박 전 대표 성격을 볼 때 공천심사위원회 문제는 아예 언급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그럼에도 박 전 대표 측이 탈당과 분당까지 거론하는 등 양측의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공천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얘기가 나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특히 특사의 경우 통상 서면보고로 갈음하면 되는데 굳이 박 전 대표가 면담을 요청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총리카드'에 대한 최종 교통정리를 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도 제기한다.이 당선인이 박 전 대표에게 총리를 맡아줄 것을 요청하고 박 전 대표가 자신의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얘기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