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대선에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향후 5년간 대한민국의 경제는 성장 중심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어떤 대선후보보다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원칙에 근접한 경제공약과 정책들을 내놓고 있는 이명박 후보는 참여정부 5년간 지속된 분배우선이냐 성장우선이냐는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기업 기살리기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 전력을 투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 당선자는 기업인으로서의 경력과 `청계천의 기적'을 이룬 추진력을 바탕으로 연간 7% 경제성장, 10년내 국민소득 4만달러, 10년내 세계 7대강국 진입을 달성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 성장 지향의 실용주의 경제
이 당선자는 후보시절부터 경제살리기를 위한 해법으로 `747'성장론을 제시한 바 있다.

이는 현재 4%대에 머물고 있는 경제성장률을 연 7%대로 끌어올려 매년 6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10년후 4만달러의 국민소득과 세계 7대 경제강국을 구현한다는 비전이다.

이런 성장론은 이 당선자가 공약집에서 국가경영철학의 화두로 내세운 `경험적 실용주의'와 바로 맞닿아 있다.

관념과 이념이 아닌 경험적 실증으로 정책을 수립, 실천해 나가고 현장과 성과, 혁신과 실질을 강조하는 노선이다.

한나라당 중앙선대위 정책기획팀장을 맡고 있는 곽승준 고려대 교수(경제학과)는 "과거에는 경제가 정치와 포퓰리즘에 발목을 잡혔던 반면 이명박 경제정책의 모토인 실용주의 경제는 이념을 뛰어넘어 정치에 휘둘리지 않는 자율 시장경제의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장 먼저 할 일은 민생경제 살리기이며 아울러 공공부문 개혁을 통한 비효율성 줄이기, 해외투자유치와 국내기업의 투자촉진 등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선자의 경제관은 대기업 CEO출신 답게 기업의 투자유발을 통한 성장과 일자리 창출, 규제완화와 공공부문의 비효율성 제거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적기적소의 투자를 통해 최대의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논리처럼 정부 조직도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효율을 강조해야 하며 규제완화를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그동안 위축돼온 기업들의 투자를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1천여개 상장기업들이 유보금으로 쌓아두고 있는 300조원의 자금이 투자로 연결되면 자연히 일자리가 만들어져 실업률이 낮아지고 성장동력이 확충되며 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살아난다는 논리다.

곽 교수는 "성장을 하려면 기업투자를 끌어내야 하는데 이 당선자는 기업을 잘 아는 분이므로 투자자들은 경제의 불확실성이 줄어든다고 생각할 것이고 기업들의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시나리오가 그대로 달성된다면 5년뒤 우리 경제는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진입하는 한편 고용률이 선진국 수준인 70%로 높아지고 청년실업률은 3∼4%로 낮아지게 된다.

이승철 전경련 전무는 "그동안 기업은 개혁의 대상으로 인식돼왔고 따라서 수세적이 될 수 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적극적, 공격적인 성장위주의 경영계획을 짜도 되는 시절이 된 것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기업들의 투자프로젝트가 현실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 `따뜻한 시장경제'로 약자 배려
이 당선자와 한나라당이 발표했던 공약에는 성장위주의 드라이브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의식한 듯 소외된 이웃들에 대한 배려도 담겨있다.

개인과 기업의 자유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경쟁은 보장하되 탈락자는 국가가 보호해주는 `따뜻한 시장경제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정당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한 부자나 일자리를 창출한 기업들이 존경을 받는 대신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책무를 지도록 하고 국가는 성장의 그늘에 가려진 어려운 이웃들을 보살피는 역할을 담당한다는 논리다.

일자리 창출을 통한 양극화 극복이나 700만명에 달하는 금융소외자들의 신용회복, 영세자영업자 지원과 서민들의 세부담 완화 등이 구체적인 방법론이다.

이를 위해 이 당선자는 국정운영 원칙중 하나로 `배려와 관용의 원칙'에 입각해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점을 제시했다.

도움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은 국가가 보살피고, 경쟁에서 밀려난 사람에게는 패자부활의 기회를 줌으로써 소수자와 반대자도 함께 하는 관용의 동반자 관계를 실현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규제를 최소화하고 불공정한 거래를 엄단하는 건강한 시장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자율과 경쟁의 원칙'을 확고히 지켜나가는 한편 `감세와 절약의 원칙'을 지켜 투자와 소비를 확대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 대외악재 극복 등 과제 산적
하지만 후보시절 발표했던 `장밋빛' 공약만으로는 향후 대한민국의 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경제분야의 공약이 대부분 현 상황에서 문제로 지적되거나 보완이 필요한 사항들을 백화점 식으로 모아놓은 성격이어서 이보다는 실제 정책으로서의 채택이나 실천 여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공약을 얼마나 실천하느냐가 문제인데 실천하다 보면 난관도 있을 수 있고 그야말로 공약(空約)에 그치는 공약도 있을 수 있다"면서 "일단 자본을 가진 사람들이 그동안 위축돼 있었던 것이 사실인 만큼 앞으로 남아있는 특검 등의 상황이 빨리 끝나 불확실성과 혼란을 종식하는 것이 시장에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은 위축된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것이 급선무이고 여기에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충격이나 중국의 경기위축, 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글로벌 시대 대외변수로 인한 충격을 극복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부각됐다.

여기에 금리와 물가문제가 부각되고 있고 금융시장도 불안한 조짐을 보이는 등 시장의 불안감을 씻어주는 것도 새정부 경제팀이 짊어진 짐이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새 정부는 국제경제의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출범하게 된다"면서 "물가와 가계.기업의 신용경색 문제 사이에서 금리 등의 정책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이 차기 정부의 첫 과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기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