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용(金永龍) < 전남대 교수·경제학 >

내일 밤쯤이면 대통령 당선자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그 분이 누구이든지 당선자께서는 다음의 사항을 유념해 향후 5년간 국민들의 삶을 편하게 해주기 바랍니다.

첫째,어느 누가 어느 자리에 앉든 그에 걸맞은 체를 가져야 합니다.

대통령의 체는 매우 얼멍얼멍해서 한 번 치면 작은 것은 다 빠져나가고 거대한 바위 덩어리 한두 개만 걸려야 합니다.

미주알고주알 모든 나랏일에 개입하지 말고 중요한 국사(國事)에 대해서만 큰 틀을 제시하고 더 구체적인 것은 장관,차관,그리고 이하 업무 관련자들에게 맡기라는 것입니다.

대통령의 체가 너무 조밀해서 이것저것 너무 많이 걸리면 장관이나 차관 등의 관료들이 할 일이 별로 없겠지요.

둘째,한ㆍ미동맹 관계를 조속히 회복하기 바랍니다.

국가의 일차적 책무는 국민 안위를 지키는 겁니다.

6ㆍ25 전쟁 이후 한반도에 전란(戰亂)이 없었던 사실을 주한 미군을 빼고선 설명할 수 없습니다.

미국은 2006년 세계 GDP 48조2400억달러 중 28%인 13조2000억달러를 생산하고 세계 국방비의 절반을 지출한 강대국이며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나라입니다.

외교의 근본이 원거리 강대국의 힘을 빌려 근거리 강대국을 견제하는 것이라면 전통적 맹방인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공고히 하는 것이 나라를 지키고 번영하는 길입니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와 일본의 고이즈미 전 총리를 부시의 푸들이라 놀리기도 했지만,두 총리가 개인적인 자존심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나라를 지키고 국민들의 삶을 편하게 하는 확실하고 바른 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셋째,시장경제에 바짝 다가서기 바랍니다.

역사적으로 시장경제에서 멀어진 나라치고 번영한 나라는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인간 세상에서 이룩할 수 없는 천국을 가슴에 품고,이를 실현하기 위해 또다시 나라를 온갖 계획과 설계로 조각하려는 시도는 참혹한 결과만을 낳을 것입니다.

이는 지금까지의 교육 정책 하나만 보아도 잘 알 수 있습니다.

총명한 두뇌와 타고난 근면성을 지닌 한국민의 지적 능력 형성 과정이 잘못된 교육 정책으로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으며,증가한 세금과 함께 각 가정의 살림살이마저 위협하는 원흉이 됐다는 사실을 꼭 인식하기 바랍니다.

넷째,가치관은 물론 습관과 취미 등이 다른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국가는 경영의 대상이 아닙니다.

아주 구체적인 목적을 띠고 설립되는 기업,학교,병원 등과 달리 국가의 목적은 매우 추상적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모든 정책과 인간 행위에는 비용이 따른다는 사실을 아시기 바랍니다.

이를 인식한다면 국가 안위 등 몇 가지 사안을 제외한다면 어떠한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꼭 해야 할 일은 별로 없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꼭 해야 한다고 고집부릴 일이 별로 없을 것입니다.

이는 곧 나라를 계획과 설계로 조각하려 들지 말고 시장경제를 충실하게 실천해야 한다는 말과 같은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국민들 중에서 가장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이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정치 시장에 나와 있는 후보자들 중에서 유권자들이 최선이라고 생각해서 선택했을 뿐입니다.

대중의 눈에 띄지는 않지만,대한민국에는 훌륭한 경륜과 능력을 가진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많은 식자(識者)들이 '아니다'고 하면,이를 대통령의 정책과 뜻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불만으로 간주하지 말고 왜 아니라고 하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기 바랍니다.

이는 곧 대통령이 가진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청사(靑史)에 길이 남을 유능하고 존경받는 대통령이 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닙니다.

높은 자리에 앉은 사람일수록 '똑똑하고 게으르게(이른바 똑게)' 행동하라는 말이 있듯이,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잘 식별해 실행하면 됩니다.

끝으로 사족(蛇足)을 붙이자면,뭐가 뭔지 모르면서 엄청나게 부지런히 일하는 대통령이 최악이라는 사실도 함께 기억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