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화투를 치다가 벌어진 시비 끝에 학생이 다른 학생에 맞아 숨지는 사고가 발생, 수능 뒤 학생 생활지도의 허술함이 드러났다.

광주시 교육청은 광주 S고의 학생 사망 사고와 관련, 10일 해당학교에 담당 직원들을 파견해 경위를 파악중이다.

이 학교에서는 지난 7일 자동차 외장실습 시간인 낮 12시께 3학년 이모(19)군이 교실에서 조모(19)군과 화투 놀이를 하다 시비 끝에 조군으로부터 폭행당해 다음날 숨졌다.

수능성적 발표일인 7일 담당 교사는 교무실에서 수능 관련 자료를 확인하느라 교실을 비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3 교실에서 상상하기 힘든 `화투놀이'에 이로 인한 사망사고 까지 발생한 데 대해 교육계 일각에서는 `언제까지 사후약방문식 대처를 반복해야 하느냐'며 씁쓸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수능이 끝난 뒤 각 학교에서는 자체 프로그램을 마련했지만 대부분 `시간 때우기'식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수시합격 등을 통해 진로가 확정된 학생과 논술, 면접시험에 대비하는 학생 등을 통합할 수 있는 교육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으며 명사 초청 강연 등 제한적으로 실시하는 교양프로그램도 형식적인 내용에 치우쳐 학생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전문계 학교의 경우 수능 점수를 요구하지 않는 전문대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많아 교실 분위기는 자격증 검정이 마무리 되는 6월 이후 부터 흐트러지고 있다.

더욱이 학생들의 노동력 착취 등 현장실습의 파행을 막기 위해 지난해 부터는 11월 중순 이후에만 기업체 현장실습을 할 수 있도록 해 어쩔 수 없이 교실을 지키는 학생들이 늘었지만 교사들은 업무 부담을 핑계로 학생 지도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전문계 고교 교사는 "전문계 교사들은 일반계에 비해 학생들의 성적처리를 빨리 해줘야 하고 학생 현장실습을 위한 기업체와의 협약내용 점검 등으로 업무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그런데도 생활지도계획은 즉흥적으로 세워져 매년 사고가 터지면 분주해지는 사후약방문식 대처 관행이 바뀌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sangwon7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