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방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을 대거 해제하자 해당 지역에서 주택분양을 코 앞에 둔 건설업체들은 "때아닌 단비를 만났다"며 반색하는 모습이다.

특히 내달 초 광주,울산 북구,충남 연기 등에서 청약을 받을 예정인 업체들은 3순위에서도 마감될지 노심초사해 오다 해제 조치가 나오자 전매제한·은행 대출 등의 규제가 풀리는 효과를 예비청약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입주자 모집공고문을 서둘러 수정해 발표하는 등 막판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실제 일부 지역의 모델하우스에는 평소 하루 5통도 안 됐던 문의전화가 수십통으로 늘어나는 등 해당지역의 실수요자와 외부지역 투자자들의 관심이 크게 높아져 업체들이 고무돼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에서 풀린 울산 북구,광주 등 지방 10곳에서 연내 분양을 준비 중인 물량은 총 8434가구에 달한다.

이 가운데 울산 북구 매곡동에서 다음 달 3일 총 2686가구의 대규모 물량에 대한 청약을 받는 월드건설은 계약 후 전매가 자유로워진다는 점과 함께 전체 분양대금의 70%를 무이자로 융자해 주는 파격적인 금융 혜택을 제시하며 실수요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이 회사는 무이자 대출을 원하지 않는 계약자에 대해선 실제 대출액과 70% 대출 차액에 대한 이자(연 6%)만큼을 분양가에서 빼준다.

이렇게 되면 112㎡(34평)형의 경우 3.3㎡당 757만원인 분양가가 699만원까지 낮아진다.

월드건설 관계자는 "계약 후 바로 전매가 가능해지는 만큼 싸게 분양받으면 어느 정도의 프리미엄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서울 등의 부동산 중개업소에서도 문의전화가 잇따르고 있다"고 귀띔했다.

남양건설이 이날부터 청약을 받은 광주광역시 남구 봉선동 '남양휴튼(315가구)'은 다음 달 3일로 예정된 투기과열지구 해제에 따른 효과를 처음으로 누릴 단지다.

모델하우스 현장 관계자는 "하루 5통도 안 되던 상담전화가 투기과열지구 해제 소식 이후 수십통으로 늘었다"며 "해제 효력은 다음 달 3일부터 발생하지만 남양휴튼도 똑같이 전매제한 규제가 풀린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알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부분 청약통장이 없는 수요자들의 상담이 많아 3순위 청약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림산업이 다음 달 7일 충남 연기군 조치원읍에 분양 예정인 '조치원 e-편한세상(983가구)'은 투기과열지구와 주택투기지역 해제 효과를 동시에 보게 될 단지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전매제한이 풀리는 것과 함께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가 없어지고 LTV(담보인정비율)도 40%에서 60%로 높아지는 등 이른바 '트리플 올가미'가 사라지게 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행정복합도시에서 5㎞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등 단지 입지도 좋아 문의전화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부산.울산 등에서는 청약률 '제로(0)' 단지가 속출하는 등 지방 주택시장이 극히 위축돼 있는 만큼 이번 해제조치의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신조 내외주건 사장은 "지방은 여전히 단기적인 공급과잉 상태여서 입지여건,품질 및 분양가 등에서 최소한 하나라도 차별화된 장점을 갖추지 못한 아파트는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호진 기자 hj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