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주가지수선물 시장에서 두 달여 만에 1만계약이 넘는 공격적인 매수에 나서 주목된다.이번 달 증시가 하락하는 동안 외국인은 현·선물을 동시에 내다팔며 수급 악화를 초래했다.

특히 외국인 선물 매도는 현·선물 간 가격 차인 시장베이시스를 축소시키며 프로그램 차익 매물 출회로 이어졌다.그러나 29일 외국인이 그동안 신규 매도한 물량을 환매수로 청산하면서 시각 변화의 조짐을 보였다.외국인의 선물 포지션(매수나 매도)을 장세 판단의 주요 변수로 꼽았던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의 추가 반등 가능성을 높게 봤다.

◆외국인 두달 만에 최대 순매수

외국인 선물 대량매수 … 낙관론 지피나
외국인은 이날 주가지수선물을 1만495계약 순매수했다.이는 지난 9월19일 1만2873계약 이후 최대 규모다.전일 3676계약을 사들인 데 이어 이틀 연속 '사자'세가 이어졌다.

이로써 9월물 선물 만기일인 9월13일 이후 외국인 누적 순매도 규모는 7627계약으로 줄었다.외국인은 지난 27일 2만1700계약까지 누적 순매도 규모를 늘렸었다.이날 미결제약정 규모도 9만3227계약으로 감소했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가 급반등하면서 외국인이 누적된 매도 포지션에 대해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심상범 대우증권 수석연구위원도 "외국인은 장중에 매수나 매도가 엇갈리지 않고 매수만 지속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외국인이 본격적인 환매로 돌아섰다"고 말했다.또 외국인 환매 규모에 비해 미결제약정이 적게 줄어든 것은 차익거래와 연관된 투신의 신규 매수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날 외국인의 공격적인 선물 순매수는 프로그램 차익 매수를 끌어냈다.선물 가격이 오르면서 시장베이시스가 0.5 정도까지 확대된 때문이다.8063억원에 이르는 프로그램 차익 순매수는 코스피지수를 40포인트 이상 올린 일등공신이었다.기관의 현물 순매수 6748억원은 대부분 프로그램 매수였던 셈이다.

◆외국인 선물 매수 의미는

외국인 선물 대량매수 … 낙관론 지피나
외국인의 선물 순매수 전환은 일단 시장에 긍정적 신호다.선물이 현물시장의 향후 흐름을 보여주는 데다 수급상으로도 시장 베이시스 개선에 따른 프로그램 매수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 수석연구위원은 "외국인의 환매 속도는 줄겠지만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선물시장은 하락의 변곡점을 지나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문서 서울증권 책임연구원도 "외국인의 선물 포지션 변화는 장세를 판단하는 데 유용한 변수"라며 "미 증시가 오른데다 기존의 선물 매도분을 대거 정리함에 따라 선물시장은 추가 상승을 기대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주식시장에서 프로그램 매수만 유일한 매수 주체였다는 점에서 현물시장은 여전히 불안하다는 지적도 있다.심 수석연구위원은 "선물은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이지만 현물은 바닥을 찍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 책임연구원도 "시장 베이시스가 크게 확대될 경우 1조3000억원 정도의 차익 매수가 추가로 유입될 수 있으나 현물 시장에 뚜렷한 매수 주체가 없는 게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