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네트웍스가 여성복 업체인 오브제를 500억원에 인수한다고 29일 밝혔다.제일모직 LG패션 이랜드 등에 이어 또 하나의 대기업이 여성복 시장에 뛰어듦에 따라 중견기업 위주였던 여성복 시장 판도가 대기업 위주로 빠르게 재편될 전망이다.'타임''마인' 등을 보유한 중견 패션기업의 대표주자인 한섬도 매각을 목적으로 이랜드그룹과 협상을 벌였으나 가격 차이로 인해 협상을 미뤄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로벌 패션 꿈꾸는 SK네트웍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2010년까지 글로벌 패션 브랜드 10개를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며 "오브제 인수는 이를 위한 첫 단추"라고 설명했다.오브제와의 합병 일자는 내년 3월31일이다.

이 관계자는 "유망 디자이너를 육성하는 동시에 다른 패션업체를 추가 인수하는 방식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그동안 '토미 힐피거' 등 해외 브랜드를 들여오는 데 치중했던 SK네트웍스가 본격적인 패션사업 확대를 선언한 셈이다.회사 관계자는 "남성복보다 여성복 시장에 치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브제는 고급 캐주얼 시장의 상위권 브랜드인 '오브제'를 비롯 '오즈세컨''Y&Kei''hanii Y' 등의 독자 브랜드와 '클럽 모나코'라는 수입 브랜드 판권을 갖고 있는 여성복 시장의 중견 업체다.지난해 98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강진영 사장 등 오브제의 주요 경영진과 디자이너 인력은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그는 "'오브제'는 이미 국내 시장에서 탄탄히 자리잡은 데다 'Y&Kei''hanii Y'는 최근 뉴욕 백화점을 중심으로 빠르게 인기를 얻고 있다"며 "오브제의 여러 브랜드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복도 대기업이'접수'하나

SK네트웍스의 오브제 인수로 국내 여성복 시장은 대기업들이 주도하는 시장으로의 판도 변화가 빨라질 전망이다.약 1조1000억원 규모에 이르는 고급 캐주얼 시장의 경우 상위 5위권 가운데 2개(제일모직의 '구호',SK네트웍스의 '오브제')가 대기업 브랜드로 편입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섬의 '타임'과 '마인'마저 대기업에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5위권 중에선 '미샤'만 남는 셈"이라고 지적했다.게다가 LG패션도 김영순 상무(디자이너)를 영입해 작년 8월 독자 브랜드로 '모그'를 내놓고 공격적인 점포 확장(현재 백화점 매장 13개)을 하고 있다.

고급 캐주얼 시장 외에도 제일모직이 내년 초 '컴플릭티드텐던시'라는 독자 브랜드를 선보여 중견업체의 아성인 영(young) 캐주얼(시장 규모 약 2조5000억원) 시장에 '입성'키로 했다.신세계그룹 패션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널은 '보브'라는 브랜드로 영 캐주얼 시장에 들어온 상태다.이랜드그룹도 이미 2003, 2006년 초 각각 데코와 네티션닷컴('EnC''96NY''A6''CASH' 등 4개 브랜드 보유)을 인수하며 여성 캐주얼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한 백화점 상품기획자(MD)는 "한섬의 문미숙 디자이너(감사),오브제의 강진영 사장 등 특출한 소수의 디자이너 힘만으로 움직이는 중견업체가 감당하기엔 글로벌 수입 브랜드의 공세가 너무 거세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디자이너 숫자나 해외 정보 파악을 비롯 투자 규모에 있어 대기업이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는 것.

그는 "여성복 시장은 유행에 워낙 민감해 보수적인 조직구조를 가진 대기업엔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으나 최근 들어 대기업들도 디자이너에게 힘을 많이 실어주는 등 변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동휘/안상미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