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탄올 인기 벌써 식었나…과잉투자 후유증으로 가격 급락세로
대체에너지로 각광받던 에탄올이 만병통치약에서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고 있다.에탄올 연료로 쓰이는 옥수수 가격이 치솟으면서 경제성이 떨어진 데다 오히려 환경 문제와 기아를 일으킬 수 있다는 비판까지 제기됐다.이에 따라 붐을 이뤘던 에탄올 산업에도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 보도했다.

최근까지만 해도 에탄올 연료는 차세대 에너지로서 큰 관심을 모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환경단체들은 온실가스가 거의 배출되지 않는 청정 연료라며 지지를 보냈다. 옥수수와 사탕수수 등 농산물로 만들기 때문에 농가 경제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됐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미국의 에너지 자급력을 높이는 열쇠로 에탄올을 지목했고 월가도 관련 비즈니스에 투자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 같은 열풍이 도리어 함정이 됐다. 지난해 6월 갤런당 5달러에 달하던 에탄올 가격은 올 들어 1.85달러 수준까지 급락했다. 너도나도 관련 산업에 뛰어들어 에탄올 공급이 넘쳐났기 때문이다. 에탄올 생산량은 작년 109억갤런에서 올해 134억갤런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 중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의 에탄올 생산은 올해 약 70억갤런에 달해 2년 만에 80% 늘어났다.

반면 원료 작물인 옥수수 가격은 수요 증가로 두 배 이상 치솟았다. 30여년간 부셸당 2달러 선을 유지하던 옥수수 가격은 올 들어 4달러를 넘나들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2.30달러에 달하던 에탄올 이윤 폭은 최근 25센트 이하를 맴돌고 있다. 신규 시설 투자가 하나 둘 보류되고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52주째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최근 에탄올 생산에 따른 부작용이 제기되면서 관련 산업은 더 큰 부담을 지게 됐다. 농지가 에탄올용 작물에 점령당하면서 콩 밀 등 다른 곡물 가격이 크게 오른 게 대표적이다. 사료값도 뛰어 육류 가격과 가공식품 가격을 밀어올렸다.

지난 8월 장 지글러 유엔 식량분야 특별보고관은 이 같은 이유로 "에탄올의 대규모 생산은 (제3세계에서) 기아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식육협회는 사료값 상승에 항의하며 연방정부의 바이오연료 지원 정책을 반대하고 나섰다. 하인즈와 켈로그,펩시코 등 식품기업들은 에탄올 생산으로 이윤이 줄게 됐다며 상원에 항의 서한을 보내는 등 에탄올 대책이 이익단체와 기업들의 각축전으로 얼룩질 조짐이다.

환경주의자들도 옥수수 밭에 비료와 용수 사용이 늘면서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며 비판적 태도로 돌아섰다. 미 에너지부는 2010년까지 미국 가솔린 소비량의 8%를 에탄올 연료로 대체하는 데 옥수수 생산량의 30%가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경 효과에 비해 맞바꿔야 할 비용이 너무 높다는 결론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옥수수를 이용한 연료 생산을 금지하고 있고 캐나다 퀘벡 정부는 최근 에탄올 원료 재배에 대한 신용보증 혜택을 폐지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