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에서 이른바 '슈퍼개미'(개인 큰손)들이 소형 상장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외부에서 빌린 돈으로 잇따라 상장사를 인수하는 등 '슈퍼개미'의 행동 반경이 예측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적대적 인수합병(M&A) 이슈를 부각시키며 경영참여 목적으로 투자했던 지분을 해당기업과 전혀 관련이 없는 기업 등에 넘기는 사례까지 생겨나고 있어 투자자 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외부에서 차입한 돈으로 보더스티엠과 스포츠서울21 등 상장사를 인수했던 개인 큰손 조명환씨가 이번에는 코스프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코스프의 기존 최대주주인 전진바이오팜의 보유지분과 경영권을 인수한 것.

조씨는 이에 앞서 지난 7월 인수 대상의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 스포츠서울21의 지분과 경영권을 넘겨받은 이후 9월 골프장 업체 로드랜드측에 경영권을 물려줬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특히 경영권 매각 이후에도 조씨가 보유하고 있는 스포츠서울21 지분율이 상당히 높아 이를 로드랜드측에 블록딜(대량거래) 형태로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경우 경영권 압박 등을 통해 현재 주가와 상관 없이 큰 차익을 남길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또 '슈퍼개미'의 단골 표적으로 유명한 농기계 및 자동차 부품업체 대동금속은 울며 겨자먹기로 자원개발사업에 뛰어들 상황에 처했다.

개인 큰 손 김형국씨가 장외에서 인도네시아 자원개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또 다른 개인 사업가에게 자신의 지분(6.34%)을 넘겨줬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의 자원개발업체로 알려진 라자 왈리(Raja Wali)사의 최희동 부사장은 전날 김씨로부터 대동금속 지분 5.04%(2만4000주)를 매입해 보유중이라고 금융감독원에 신규 보고했다.

그러나 대동금속 관계자는 라자 왈리(Raja Wali)와의 사업연계와 관련 "대동금속과는 협의한 사실이 없으며 향후 계획도 없다"고 말해 개인 큰 손 김씨와 최 부사장 사이에서만 논의됐던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최 부사장은 일단 "대동금속 대주주인 대동공업과 협력해 대동그룹 발전을 위해 기여하고 싶다"며 우호적으로 접근했다.

이러한 '슈퍼개미'의 활발한 투자활동은 소액을 투자한 개미들에게까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주주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하는 일까지 벌어졌기 때문이다.

듀오백코리아 정해창 회장의 30억원 규모 전환사채(CB) 인수로 경영권이 위협받고 있는 하이스마텍이 대표적인 예다. 하이스마텍은 최근 공시를 통해 개인투자자인 이현도씨가 주주명부열람등사 가처분 신청 등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하이스마텍측에 따르면 이씨는 보유지분율이 5%미만인 4대주주이며, 이씨는 회사측에 최근 주주명부를 열람케 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회사측은 경영권 분쟁에 놓인 민감한 시기인데다 내달 5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다며 이를 거절했다. 그러자 이씨는 주주명부 열람 등사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공격적인 개인투자자의 등장을 두고 "개인의 힘이 그만큼 커진 것을 의미한다"면서도 "슈퍼개미의 경영권 참여로 시장에서 주목을 받을 수 있지만 기업가치 평가 등 합리적인 투자 근거를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세심하게 검토한 후 투자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