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한해동안..회계, 법무법인 책임도 주장

"비자금으로 2002-2003년 600억 고가미술품 구입"

김용철 변호사(전 삼성그룹 법무팀장)는 26일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00년 삼성그룹의 계열사 5곳이 6천억원에서 2조원에 이르는 분식회계 각각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당시 삼성중공업이 2조원을 분식회계한 것을 비롯해 삼성항공 1조6천억원, 삼성물산 2조원, 삼성엔지니어링 1조원, 제일모직 6천억원을 각각 분식회계처리했다"며 "분식회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삼성전자의 부를 유출시키는 방법을 통해 분식을 줄여나가는 방식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중공업은 분식 규모가 너무 커서 거제 앞바다에 배가 없는데도 건조 중인 배가 수십 척 떠 있는 것으로 꾸미는 등 무모하게 처리했다"며 "이처럼 각 계열사의 분식회계 규모가 컸음에도 감리회계 법인인 삼일회계법인은 이를 알면서도 향응을 제공받고 사실과 다르게 적정의견을 줬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2002~2003년 삼성그룹의 비자금을 이용해 이건희 회장의 부인 홍라희 여사 등이 600억원대의 미술품을 구입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홍 여사와 신세계 그룹 이명희 회장, 이재용씨의 빙모인 박현주씨,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부인인 신연균씨 등이 이 기간 고가 미술품을 구입했다"며 `베를레헴 병원'(프랭크 스텔라), `행복한 눈물'(리히텐슈타인) 등의 그림이 포함된 구입 미술품의 리스트를 공개했다.

김 변호사는 또 "삼성물산은 삼성 계열사의 해외 구매 대행과 그룹 내 공사를 맡아 하기 때문에 비자금을 조성하기 용이하다"며 삼성전관과 삼성물산 런던ㆍ타이페이ㆍ뉴욕 사이에 1994년 체결된 설비구매에 관한 합의서(메모랜덤)를 내놨다.

김 변호사는 "합의서에는 삼성물산의 수수료(Commission Rate)가 1~2.5%이지만 신용장(L/C)개설시 공급가격을 15~20% 가산하게 돼 있는데 신용장 개설시 공급가에서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이 비자금으로 조성된 것"이라며 "이 3건의 계약을 통해 2천억원대의 비자금이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이 합의서에 대해 "삼성에서 퇴사당한 직원이 이 문건을 가지고 (삼성그룹에) 협박을 하며 돈을 요구했는데 이를 두고 내게 상담해온 구조본 김인주 사장을 통해 입수했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중앙일보의 삼성그룹 계열분리는 이건희 회장의 중앙일보 지분을 홍석현 회장 앞으로 명의신탁하는 방식으로 이뤄진 위장분리였다"며 "1999년 김인주 사장의 부탁을 받고 `중앙일보 주주명의자는 홍석현 회장으로 하되 홍 회장은 의결권이 없고 이건희 회장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내용의 비밀 계약서를 써줬었다"고 말했다.

그는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당시 그룹 차원에서 전환사채 발행을 주도했다는 사실 등을 알면서도 수사ㆍ형사 재판 과정에서 허위사실 조작에 적극 가담했다"고 비판했으며 "삼성그룹이 삼성자동차가 파산할 때 분식회계서류를 빼내 (부산) 해운대에서 소각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해마다 삼성 내부에서 작성하는 '핵심지인 리스트'를 만들어 별도로 관리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전 검찰총장 송광수'라고 하면 바둑이 1급이고 골프를 좋아한다고 정리돼 있고 골프와 바둑을 좋아하는 삼성엔지니어링 정 사장이 맡는 식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이 시민단체에 대해서도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

참여연대에서 활동하는 변호사들을 매수하기 위해 접근할만한 법조인들에 대해 리스트를 작성하기도 했다"며 110여명의 법조인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된 문건을 내놓지는 않았으며 삼성물산 해외구매 계약 내용을 담은 메모랜덤과 `미술품 리스트', `법조인 명단 리스트' 등 모두 3개의 문건을 근거 자료라며 제시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김병조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