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만은 피하고 싶었는데..."

크로아티아 축구대표팀의 슬라벤 빌리치 감독이 26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남아공 더반 인터내셔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유럽예선 조추첨 결과를 받아들고 던진 말이다.

크로아티아는 잉글랜드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벨로루시, 카자흐스탄, 안도라와 6조에 속했다.

빌리치 감독은 조추첨 뒤 "잉글랜드가 두려운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무시무시한 팀이고 재능있는 선수들이 많다.

게다가 우크라이나와도 만난다.

솔직히 가장 힘든 조라고 생각한다"고 잔뜩 부담감을 드러냈다.

남아공월드컵 유럽 예선 조추첨 결과에서 가장 흥미를 끄는 것은 역시 잉글랜드-크로아티아의 재격돌이다.

'축구종가' 잉글랜드는 지난 22일 끝난 2008 유럽선수권대회 예선 E조 예선 최종전 크로아티아와 홈 경기에서 2-3으로 패해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비기기만 해도 되는 경기에서 쓴맛을 톡톡히 봤다.

잉글랜드는 지난해 10월 자그레브에서 열린 원정경기에서도 크로아티아에 0-2로 완패했다.

크로아티아의 벽에 막혀 스티브 맥클라렌 감독은 역대 잉글랜드 대표팀 사령탑 가운데 최소 재임 기간(1년4개월)에 중도하차하는 불명예를 안는 등 '종가'는 홍역을 치르고 있다.

잉글랜드로서는 설욕의 무대가 마련된 셈이다.

32장의 월드컵 본선 티켓 중 대륙별로는 가장 많은 13장이 할당된 유럽에서는 9개조로 나뉘어 예선을 벌인 뒤 각 조 1위가 본선에 직행한다.

조 2위 9개 팀 중 성적이 가장 좋지 않은 한 팀을 빼고 나머지 8개 팀이 4개조로 나뉘어 홈앤드어웨이로 플레이오프를 치러 마지막 남아공행의 주인을 가리게 된다.

유럽 예선 '죽음의 조'로는 포르투갈, 스웨덴, 덴마크가 한데 속한 1조와 스페인, 터키, 벨기에가 엮인 5조를 꼽을 만하다.

2006 독일월드컵 우승국 이탈리아도 불가리아, 아일랜드 등 난적들과 한 조(8조)에 속해 2회 연속 우승을 향한 쉽지 않은 여정을 예고했다.

독일월드컵 준우승국 프랑스는 루마니아, 세르비아 등과 7조에서 뛴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러시아는 독일월드컵 3위를 차지한 '전차군단' 독일을 비롯해 핀란드, 웨일스, 아제르바이잔, 리히텐슈타인과 4조에서 남아공행을 다툰다.

개최국 남아공을 포함해 여섯 팀이 본선에 나가는 아프리카에서는 남아공과 나이지리아가 2차예선 4조에서 맞붙게 됐다.

남아공은 개최국 자격으로 월드컵 본선에는 자동 출전하지만 이번 예선이 아프리카네이션스컵 예선을 겸해 치러져 참가하게 됐다.

아프리카 예선은 48개국이 4개국씩 12개조로 나뉘어 2차예선을 가진 뒤 각 조 1위 8개 팀과 2위 팀 중 상위 8개 팀 등 총 20개 팀이 최종예선에 진출한다.

최종예선은 다섯 조로 나눠 열리며 조 1위만 본선에 출전한다.

3.5장의 본선 티켓이 걸린 북중미-카리브해 지역에서는 강호 미국이 도미니카-바베이도스전 승자와 2라운드를 벌이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