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호 납치 해적에 피랍"
"지구상에서 사라져야 할 종족" 분노

"지구상에서 없어져야 할 종족이예요.사람도 아닙니다"

소말리아 해적에게 풀려나 13일 오전(현지시각) 예멘 남부 아덴항에 도착한 마부노 1,2호 선장 한석호(40)씨는 자신들을 6개월 가까이 생지옥으로 몰아넣었던 해적을 떠올리며 `이가 갈리는' 분노를 터뜨렸다.

그가 피랍기간 몸으로 겪은 해적의 잔인성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한 씨는 하라데레의 해적 본부는 집이 300 가구 정도 되는 마을인데 마을 전체가 해적 떼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이중엔 12살 정도 밖에 돼 보이지 않는 소년도 총을 잡고 해적질에 가담했고 마부노 1,2호를 감시하면서 선원들을 폭행하고 총으로 위협한 해적 중 한 명은 13살 정도의 소년이었다고 한다.

한 씨는 "어른 해적보다 뭣 모르고 총질을 해댈 수 있는 이런 어린 애들이 더 겁이 났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하라데레 근처의 해적은 소총 같은 개인화기는 물론 대공 벌컨포, 군용 트럭 등 정규군을 방불케 하는 무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송렬 총기관감독은 "해적 중 군사고문이라는 사람은 전직 군인이라더라"며 "소말리아 과도정부는 이들을 지역을 지키는 민병대로 명명하고 뒤를 봐주는 것 같았다"고 추정했다.

피랍 기간 마부노호 뿐 아니라 일본, 대만, 덴마크, 브라질, 이탈리아 인도 국적의 배도 함께 잡혀있었는데 이들은 미리 외국 선박의 항해 경로와 일정을 파악하는 정보력이 뛰어난 것 같다고 그는 짐작했다.

한 번은 해적이 "내일 배를 잡으러 간다"고 한 뒤 이튿날 아침 출발해 그날 저녁 바로 덴마크 선박을 잡아왔다고 했다고 한다.

마부노호를 납치한 해적도 길목을 하루 반 전부터 기다리고 있다가 새벽에 급습했다.

이들 해적 떼는 지난해 동원호를 납치한 해적과 같은 무리라고 한 씨는 말했다.

그는 "당시 행동대장 격이었던 그렛 이라는 자가 대장이 돼 납치를 했다"며 "동원호와 선장 이름까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고 동원호 몸값으로 집 4채를 짓고 무기도 구입했으며 부하를 300명 정도 늘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라데레엔 해적이 6∼7 그룹이 있는데 마부노호를 납치한 해적이 가장 `악질적'이었다고 한 씨는 치를 떨었다.

한 씨는 "동원호의 경험이 있는 이들은 한국인을 어떻게 고통을 주면 돈을 받아낼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는 듯 했다"며 "처음엔 때려 패다가 먹을 것을 안주고 사막을 돌아다닌다든지 관자놀이에 총을 대고 노리쇠를 장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 씨는 이들 해적은 마부노호를 놓아 주던 지난 4일 마부노호에서 하선하면서까지 침실의 TV, DVD 플레이어, 이불 등 쓸만한 것은 모조리 쓸어 갔다고 말하며 "그렇게 독한 놈은 처음 봤다.

해적은 끝까지 해적이더라"며 허탈하게 웃었다.

그는 "해적은 지구에서 사라져야 할 종족"이라며 "돈을 위해선 사람을 죽여놓고도 죽이지 않았다고 돈을 요구하는 사람도 아닌 자들"이라고 분노했다.

(아덴<예멘>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hsk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