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법무실장직에서 물러난 이종왕 고문은 삼성에 들어오기 전 대검찰청 수사기획관 등을 거쳐 국내 최대 법무법인인 '김&장'에서 굵직한 재벌 관련 소송을 맡은 '간판' 변호사였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시 17회에 합격해 서울지검 부장검사, 제주지검 차장검사 등을 거쳐 대검 수사기획관으로 재직하던 중 '옷로비' 의혹 수사를 둘러싼 검찰 수뇌부와의 갈등 끝에 사직하고 김&장에서 변호사 업무를 시작했다.

이 실장은 99년말 `옷로비' 의혹 사건 수사중 박주선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 사법처리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다 검찰을 떠났으며 이후 재벌들이 관련된 재판에서 잇따라 변호인을 맡아 세간의 주목을 받았었다.

SK그룹의 분식회계 사건에 대한 변호를 맡은 데 이어 대북송금 의혹사건에서는 고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변호를 맡은 주임 변호사였다.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로 비자금이 드러난 LG그룹도 이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겼고 현대차 역시 김&장에 사건을 맡기면서 이 변호사가 대표 변호사로 활동했었다.

삼성과는 계열사인 에버랜드의 전환사채(CB) 저가 발행과 관련해 기소된 허태학 전 에버랜드 사장(현 삼성석유화학 사장)이 이 변호사에게 변호를 의뢰하면서 `인연'을 맺은 바 있다.

그는 2004년 대통령 탄핵심판 때에는 조대현 헌법재판소 재판관과 함께 노 대통령의 변호인단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그는 또한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사법연수원 7기 동기생 모임인 '8인회'의 일원으로, 8인회 멤버가 법조계 요직에 오르면서 국정원장과 부패방지위원장으로 거론되기도 하는 등 한때 진로에 대해 끊임없는 관심을 받았었다.

뛰어난 정보력과 의뢰인과의 굳은 신뢰관계로 이름난 이 고문이 2004년에 '당분간 변호사 업무를 쉬겠다'며 돌연 김&장을 떠나자 그의 향후 거취에 세인의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그는 결국 삼성이 에버랜드 CB 저가 발행 및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전무의 편법 경영권 승계 파문으로 그룹 법무를 대폭 강화하면서 이 그룹의 상임 법률고문 겸 법무실장으로 영입됐다.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pseudoj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