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는 쌍용건설 지분 매각방식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채권단의 지분(50.07%)을 매입하기 위한 인수전이 치열해질 전망이어서 주목된다.

쌍용건설 최대주주인 캠코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 '쌍용건설 출자전환주식 매각 방안'을 승인받아 이르면 오는 8일 채권단의 쌍용건설 지분을 공개경쟁 일괄입찰 방식으로 매각하는 공고를 낼 예정이라고 1일 밝혔다.

캠코는 매각공고 이후 올 12월 예비입찰 접수를 받아 인수 후보군(short list)을 선정한 뒤 공자위 승인을 거쳐 내년 1월 본입찰을 실시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우선협상대상자는 이르면 내년 2월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캠코 지분 가운데 24.72%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는 쌍용건설 우리사주조합 측은 캠코의 지분 매각방식이 사실상 최고가 매각인 데다 우선매수청구권에 대한 '적정 인수가격'등 배려가 없다며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채권단 보유 주식(1490만주)의 시가총액은 지난달 31일 주가(2만800원)를 기준으로 할 때 총 3099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30% 정도를 고려하면 이 지분의 매각대금은 주당 2만7040원으로 총 4029억원 선에 이른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쌍용건설의 시공능력과 국내외 인지도 등을 감안할 때 매각가격은 최소한 주당 5만원 선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당 5만원이라고만 해도 7500억원 정도가 되는 셈이다.

쌍용건설 인수전에는 유동성이 풍부한 철강♥조선업계가 적극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쌍용중공업이 모태인 STX그룹,동양제철화학등이 인수 후보군으로 꼽힌다.


또 건설업 진출 방침이 확고한 동양그룹도 다크호스로 평가된다.

GS그룹과 분리된 이후 건설사가 없는 LG그룹 역시 인수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여기에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해외투자 회사들도 변수로 꼽힌다.

한편 쌍용건설 측은 캠코가 확정한 매각방식이 우선매수청구권의 취지는 반영되지 않은 채 최고가 매각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예컨대 일부 입찰참여자가 경영권 확보를 위해 우발채무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인수가격을 최대치로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더욱이 우선협상대상자가 터무니없는 입찰가격을 제시한 뒤 나머지 주식 매입을 포기할 경우엔 결과적으로 사주조합 측이 이른바 '상투'가격에 우선매수 청구권을 행사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사주조합 측이 입찰가격에 부담을 느껴 우선매수청구권의 일부만 행사할 경우 현재 확보하고 있는 지분 18.21%를 합쳐도 완전한 경영권 장악에 실패,자칫 제2의 M&A가 뒤따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김성한 쌍용건설 노조 위원장은 "캠코가 확정한 매각방식은 사실상 최고가 매각방침과 다르지 않아결과적으로 우선매수청구권의 취지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캠코 관계자는 "우선매수청구권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채권단과 사주조합 양쪽의 입장을 모두 만족시키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난감해 했다.

캠코는 쌍용 우리사주 측의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후 남은 잔여주식에 대해서는 입찰 참여자의 인수의향과 인수가격을 별도로 제시하도록 하는 한편 최종 우선협상대상자가 잔여주식을 포기할 수 있도록 했다.

우선협상대상자가 잔여지분을 포기하면 별도의 공개경쟁입찰을 실시해 이 지분을 매각하게 된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