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주인공의 탈출을 돕는 건 20세기 할리우드 최고의 글래머 스타로 꼽히는 리타 헤이워드다.

고혹적 포즈의 수영복 포스터로 벽 뚫기 작업을 감춘 것이다.

남성들의 혼을 빼앗던 이 여배우는 그러나 1980년대 초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고 지루한 투병생활 끝에 87년 세상을 떠났다.

흔히 치매로 불리는 알츠하이머병은 1906년 독일의 알츠하이머 박사에 의해 발견됐다.

뇌신경질환으로 입원했지만 남들과 전혀 다른 증상을 보이다 사망한 아우그스테라는 여성의 뇌조직을 관찰,대뇌 피질이 더러운 갈색덩어리(플라크)와 끈적끈적한 섬유농축체로 덮여 있었다는 사실을 알린 다음부터다.

이렇게 되면 일부 뉴런은 메시지 전달능력을 잃는다는 것이다.

결과는 끔찍하다.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몸을 가누지 못하는 데다 환각과 망상으로 모순된 행동을 일삼고 심지어 주위에 적의를 드러냄으로써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자기자신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성조차 지키지 못하게 되는 건 물론 가족의 삶까지 몽땅 망가뜨린다.

게다가 암과 심장병 환자는 혼자 운신하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야 3∼5년이지만 알츠하이머 환자는 최장 20년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가혹한 병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65세엔 걸릴 확률이 1%지만 75세면 9%,77세면 13%, 85세 이상이면 50%에 육박한다는 마당이다.

국내 역시 현재 40만명에서 2020년이면 70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교육기간이 길수록 걸릴 확률이 낮다고 하는 가운데 책임감이 강해도 걸릴 위험이 덜하다는 발표가 나왔다.

미국 시카고 의대 로버트 윌슨 박사팀의 연구 결과 책임감이 강한 그룹은 알츠하이머 증상 비율이 현저히 낮았다는 것이다.

'구구팔팔 이삼사(9988234,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 2∼3일만 앓고 떠난다)'는 모든 이의 소망이다.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이렇다 할 치료약이 없는 만큼 평소 몸과 머리를 부지런히 움직이고 뇌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한국에선 다발성 뇌경색에 의한 치매가 많다는 점에도 유의할 일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