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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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간암 신약 승인이 불발된 HLB가 2거래일 연속으로 하한가를 기록한 뒤 눈에 띄는 반등을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급락한 뒤 기술적 반등을 노리고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들, 특히 개인 투자자들(개미)은 속이 탈 수밖에 없습니다. 매물대에 물량만 쌓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량 부담이 커지면 향후 호재가 나오더라도 상승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큽니다.

HLB는 각종 소식과 루머 속에 하루에도 몇번씩 주가가 출렁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뚜렷하게 호재와 악재를 가를만한 소식은 없어 보입니다. HLB 주주들은 반토막난 주식을 계속 들고 있어도 되는 걸까요.
진양곤 HLB 회장/ 사진=연합뉴스
진양곤 HLB 회장/ 사진=연합뉴스

2거래일 연속 하한가 이후 완만한 반등…쌓여가는 매물대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HLB는 4.11% 오른 5만700원에 마감됐습니다. 시가총액은 6조6339억원으로 코스닥 4위를 기록했습니다.

미국에서의 신약 승인 불발 소식이 전해지기 직전인 16일 종가(9만5800원) 기준으로는 시가총액이 12조원을 넘었습니다. 당시와 비교하면 47.08% 하락한 상태입니다. 2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한 뒤 7.87% 반등하는 데 그쳤습니다.

반등폭이 시원치 않은 건 주주들에게 나쁜 소식입니다. 제아무리 반등 시기가 온다고 하더라도 주가 상승이 시원치 않을 수 있습니다. 발목을 잡는 물량이 많이 때문입니다. HLB의 200거래일 차트를 보면 약 4만7200원~5만6100원 매물대에 쌓인 물량이 1억1902만주(25.15%)입니다.
HLB의 200거래일 매물대 차트. /이미지=대신증권 HTS 캡처
HLB의 200거래일 매물대 차트. /이미지=대신증권 HTS 캡처
두 번째 하한가를 기록한 지난 20일부터 거래량이 크게 늘면서 매물이 쌓였습니다. 이른바 '하따'로 불리는 ‘하한가 따라잡기’에 나선 투자자가 많았던 겁니다. 하한가 따라잡기란 급락한 종목의 기술적 반등을 노린 단기매매를 말합니다. 단기간 안에 주가가 원하는 만큼 반등하지 않으면 하한가 따라잡기에 나선 투자자들은 초초해질 수밖에 없죠.

문제는 23일에 HLB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입니다. 장중 주가가 16.43%나 급등했지만,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하락전환해 마감됐습니다. 거래량이 1455만6424주로, 적지 않습니다. 장중 급등을 본격적 반등의 초입으로 보고 뛰어든 투자자라면 큰 손실을 떠안고 있을 겁니다. 보통 이런 투자자들은 본전만 회복하면 보유한 주식을 모두 팔아치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호재로 매수세가 유입돼도 이를 상쇄할 매도 물량이 대기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약효·안전성 관련 지적 없었다” 해명에 장중 16% 치솟았지만…

매물대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큰 호재가 필요합니다. HLB의 경우 이번에 승인이 불발된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가능성을 확신할 만한 이벤트가 생긴다면 매물대를 돌파할 가능성이 큽니다.

앞서 HLB는 지난 17일 개장 전 미 FDA로부터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의 시판승인 신청에 대한 보완요구서한(CRL)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악재를 뒤집을 만한 호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발표를 한 겁니다.

이러한 발표는 23일 장중 나타난 급등의 이유이기도 합니다. HLB가 서울 송파구 소피텔엠베서더에서 포럼을 개최해 CRL의 내용을 설명하며 FDA가 요구한 보완 사항이 심각하지 않아, 신약 승인이 몇 달 안에 이뤄질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습니다.
사진=HLB
사진=HLB
포럼에서 HLB와 항서제약은 CRL 내용에 대해 △캄렐리주맙의 생산 공장 시설(Facility)에 대한 일부 미비한 점에 대한 보완 요구 △임상기관이 신약 후보의 효능·안전성을 검증하기 적합한 곳인지를 실사하는 바이오리서치모니터링(BIMO) 미완료 등이라고 밝혔습니다.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의 약효·안전성에 대한 지적이 없었고, 리보세라닙과 관련해서는 어떤 이슈도 제기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HLB·항서제약도 아직 구체적 지적사항 파악 못해

급등했던 주가가 하락전환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아직 승인 불발의 이유를 HLB와 항서제약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고 있다는 불확실성이 그겁니다. ‘캄렐리주맙 생산시설의 미비점이 구체적인 무엇인지 서면으로 질의하면서 FDA에 미팅을 신청했다’는 게 24일 현재까지 확정된 사실입니다.

BIMO 실사 미완료 문제는 더 심각합니다. 어떤 임상기관을 실사하지 못했는지도 확실히 알지 못하고, 안다고 해도 HLB와 항서제약이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FDA가 실사에 나서줘야 합니다. HLB·항서제약은 FDA가 실사하지 못한 임상기관을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있는 곳들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실사 미완료 사유가 ‘여행 제한’으로 기재됐기 때문입니다.

물론 실사를 완료하지 않고 신약으로 승인된 사례는 있습니다. FDA가 실사를 핑계로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의 승인을 계속 지연시킬 수도 있습니다. FDA 신약 승인 절차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신약 심사 과정에서) 임상 사이트(기관) 실사는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