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주들이 오랜 부진의 터널을 좀처럼 뚫고 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로 주가가 약세로 돌아선 이후 줄곧 내리막길이다.

하락세가 가팔랐던 일부 은행주는 올 들어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은행업종을 둘러싼 경영여건이 단기간에 개선되기는 쉽지 않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최근의 저평가 국면이 매수 기회라고 지적한다.


◆답답한 은행주

은행업종지수는 19일 '버냉키 랠리' 효과로 3.10% 반등했다.

국민은행(4.41%) 신한지주(4.77%) 등 대표주들도 4%대의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은행업종지수는 7월 고점 대비 13% 이상 급락한 상태다.


우리금융 하나금융 등은 올 들어 최저 수준에서 횡보 중이다.

주가 약세로 1.6배에 달했던 은행업종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최근 1.4배까지 떨어졌다.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종목별로는 신한지주가 1.7배로 가장 높고 하나금융이 1.0으로 최저를 기록했다.

은행주 약세의 원인은 여러가지다.

우선 성장동력 부재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14.2%에 달했던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은 올 들어 5월까지 9.3%에 머물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시장이 포화상태에 가까워졌다는 뜻이다.

반면 은행 간 경쟁 심화와 조달금리 상승으로 순이자마진(NIM)은 지난 연말 2.85%에서 올해 6월 말에는 2.76%로 떨어진 상태다.

건설경기 부진으로 일부 지방 건설사가 부도를 낸 것도 은행주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일부 은행주의 개별 악재도 걸림돌이 됐다.

구용욱 대우증권 수석연구원은 "우리금융의 경우 연말 배당 확대가 기대됐으나 내년부터 시행되는 '바젤2 협약'을 위해 자본 확충에 중점을 두면서 배당 기대감이 사라져 주가가 특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하나금융도 비은행 부문의 부진에다 국세청의 1조원대 법인세 추징 방침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

은행주는 단기 투자 대상으로는 매력이 없지만 내년을 염두에 둔 투자자라면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주가가 바닥권에 가깝고 3분기 이후 실적도 안정적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출 경쟁도 하반기 들어 완화되는 추세고 순이자마진 하락세도 한풀 꺾였다는 분석이다.

임일성 메리츠증권 금융팀장은 "2분기 2조5800억원이던 은행권 순익은 3분기에 2조80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라며 "단기적으로는 방어적 전략이 필요하지만 실적에 비해 주가 수준이 워낙 낮아 내년을 대비한다면 다른 업종과 비교한 상대적인 주가 측면에서 매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구 연구원도 "2차 방카슈랑스 시행,지방은행 간 인수·합병(M&A) 이슈,비은행부문 확대 등 내년 이후 은행의 성장성이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며 '비중 확대' 의견을 유지했다.

이병건 신영증권 금융팀장은 "은행업종은 더 이상 나빠질 게 없는 상황"이라며 "내년 이후 실적흐름도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증권사들이 꼽은 은행업 최선호주는 신한지주(하나대투,메리츠) 국민은행(한국) 외환은행(삼성) 기업은행(메리츠) 등이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