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계절이 정반대인 남미는 요즘 '100년 만의 강추위'로 법석이다.

한겨울에도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법이 없어 난방시설을 갖추지 않은 상파울루 시민들은 실내에서도 외투를 껴입고 지낸다.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는 89년 만에, 칠레 산티아고에서는 반세기 만에 각각 눈이 내려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남미 전역이 '남극발(發) 이상 한파'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주요 도시들은 각종 신축 공사로 후끈 달아올라 있다.

아르헨티나 대통령궁 남쪽의 푸에르토 마데로 지구.라플라타 강변의 선창가로 오랫동안 버려져 있던 170만㎡(약 51만4000평)의 이 지역 곳곳에서는 수십층 높이의 호텔,오피스 빌딩,주상복합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올 들어 완공했거나 연내 준공을 목표로 공사 중인 건물 연면적만 29만㎡로 작년 말 현재(128만㎡)의 25%에 육박한다.

칠레 수도 산티아고의 신시가지인 코스타네라 지역.이곳에서는 57층짜리 컨벤션 센터와 40층짜리 타워 두 채 등을 포함하는 연면적 60만㎡짜리 복합 비즈니스 타운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내년 중 완공되면 산티아고의 새 랜드마크는 물론 남반구의 대표 건축물로 떠오른다.

남미의 '맏형' 브라질은 사회간접자본 확충 공사로 부산하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대통령은 올초 2300억달러를 투자,2010년까지 도로 항만 주거시설 등을 대폭 확충하는 '브라질판 뉴딜 정책'을 내놨다.

증권시장도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있다.

최근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파문으로 조정을 겪고 있지만,브라질 증시의 보베스파지수는 올 상반기에만 40%,2004년 말에 비해서는 두 배나 급등했다.

아르헨티나의 메르발지수도 사상 최고치 행진을 벌이고 있다.

칠레의 SASE지수는 최근 1년간 상승률(6월 말 기준)이 20.4%로 세계 44개 주요 증시 중에서 랭킹 8위에 올랐다.

남미 주요국들이 각종 투자 열기로 달아오른 것은 최근 몇 년째 이어지고 있는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세 덕분.철광석,곡물,구리 등 주요 자원의 세계적 보고인 이들 나라는 적극적인 자원 수출로 '오일 머니' 부럽지 않은 '자원 달러'를 긁어모으고 있다.

브라질은 올 상반기 수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2%나 늘어난 덕분에 206억달러가 넘는 흑자를 챙겼다.

철광석 수출이 31.4%나 늘어난 것을 비롯해 석탄 등 광물성 연료 22.3%,곡물 19.7% 등 1차산품이 수출 호황을 주도했다.

2001년 국가 부도를 냈던 아르헨티나도 대두박,구리,석유 등의 수출 증가에 힘입어 2005년 이후 연평균 9%대의 고도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올 수출이 10% 늘어난 512억달러로 6년 연속 100억달러 이상의 무역흑자 달성이 확실하다.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인 칠레는 국제 구리가격 폭등에 힘입어 지난해 수출이 41%나 급증했다.

전체 수출의 58%를 구리 단일 품목으로 채웠다.

이들 나라가 활기를 되찾으면서 각국 정부와 기업들의 투자 진출도 열기를 뿜기 시작했다.

고유가 시대의 대안으로 떠오른 바이오 에탄올 등 '그린 오일(green oil)' 분야에서는 월가 큰손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월가의 황제' 조지 소로스는 브라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4개 에탄올 프로젝트에 10억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최근 발표했고 사모투자펀드 회사인 칼라일 그룹도 브라질 기업들이 공사에 들어간 4개 에탄올 공장 프로젝트에 2억4000만달러를 대기로 했다.

미국과 유럽,일본 기업들이 이들 국가의 광산과 유전은 물론 전자·자동차·화학 등 제조업 투자에서 기선을 잡은 지 오래이고 요즘은 중국의 '싹쓸이식 자원개발 투자'가 화제다.

중국 상공부는 최근 브라질 광물·에너지부와 철광석 장기 수급,수력 발전,가스 수송관 등의 프로젝트를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

PC 조립공장을 아마존 유역 마나우스에 짓기로 했고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를 겨냥해 우루과이에 자동차 공장도 건설 중이다.

"왜 지구 정반대에 떨어져 있는 남미 투자를 서두르느냐고?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얻기 위해 필요한 원유와 에탄올 철광석 구리 등 거의 모든 원자재를 해결할 수 있고,2억명 넘는 거대 시장이 새롭게 용틀임하고 있는 지역을 두고만 볼 수 있겠는가."

당카이톈 주(駐)브라질 중국 상공회의소장의 답변이다.

상파울루·부에노스아이레스·산티아고=글·사진 이학영 생활경제부장 ha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