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박성화호(號)'가 윤곽을 드러냈다.

핌 베어벡 감독이 떠난 자리를 이어받아 올림픽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박성화 감독이 8일 발표한 2008 베이징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과 1차전(22일.서울월드컵경기장) 예비명단(28명)에는 박 감독의 '공약'대로 청소년대표가 상당수 발탁됐다.

지난 달 캐나다에서 끝난 국제축구연맹(FIFA) 20세이하(U-20) 월드컵에서 '새로운 개념의 한국 축구 모델'을 제시했던 신영록, 하태균(이상 수원), 심영성(제주), 기성용, 이청용(이상 서울), 이상호(울산), 신광훈(포항) 등 7명이 바로 그들이다.

박성화 감독은 사령탑에 오르기 전부터 "청소년대표팀 플레이가 예사롭지 않았다.

이들을 빨리 키워내는 게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중요하다"는 의견을 냈었다.

또 축구협회 기술위원으로 일하면서도 청소년대표들의 플레이를 꾸준히 살펴본 만큼 이들에 대한 '사전학습'이 이미 돼 있는 상태다.

박 감독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도 "U-20 대표팀에서 5명 정도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는데 한 명을 더 뽑은 셈이다.

물론 이들이 모두 올림픽 최종예선 실전에 투입되는 것은 아니다.

박 감독은 우즈베키스탄전 엔트리 23명을 추려 13일 최종명단을 발표하기로 했다.

박성화 감독이 이미 6일부터 홍명보 코치와 함께 대표팀 운영방안에 관해 협의한 만큼 청소년대표 발탁에는 코치의 의중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청소년대표들의 가세로 올림픽호 주전 경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기존 올림픽호의 주축 멤버는 아시안컵 대표로도 뽑힌 수비수 김진규(서울), 강민수(전남)와 측면 공격수 이근호(대구), 미드필더 오장은(울산)을 비롯해 한동원(성남), 김승용(광주), 백지훈(수원), 최철순(전북) 등이다.

이들은 K-리그에서도 대부분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하며 실력을 검증받았다.

2차 예선을 통과하는 과정만 놓고 보면 이들이 그대로 내년 올림픽 본선까지 팀의 주축으로 가는 게 거의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공격진의 신영록, 하태균, 심영성, 이상호와 미드필더 기성용, 이청용, 오른쪽 윙백 신광훈이 경쟁에 가세하면 이들도 주전을 보장받기 힘들다.

물론 경험 면에서는 기존 올림픽대표가 앞서는 게 사실이다.

반면 U-20 청소년대표는 그동안 어떤 대표팀에서도 보지 못했던 매끄러운 패스 워크와 고른 테크닉을 자랑하고 있어 만만히 볼 수 없다.

아직 슈팅력과 결정력에서 뒤지지만 가다듬기만 하면 곧장 실전용으로 투입해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여기다 부상을 털고 돌아오는 박주영(서울)이 예비명단에 포함돼 공격진 경쟁률은 사상 최고 수준이다.

박주영은 아직 100%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했지만 4일 올스타전에서 골맛을 보며 부활을 알렸다.

특히 박성화 감독이 청소년대표 때부터 가장 총애하는 해결사로 키워왔다는 점에서 경쟁을 더 치열하게 만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옥 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