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국면땐 발언이 현실로

"한국인 인질 중 1명을 쏴 죽였다.무셰키 지역에 버렸다."(아마디,25일 오후 9시21분)


"피랍된 우리 국민 중 1명(배형규 목사)이 25일 희생된 것으로 확인됐다."(외교부 대변인,26일 오전 5시55분)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칼리 유수프 아마디.그는 어떤 인물일까.

한국인 23명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납치돼 억류된 이후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국내외 언론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는 사건 초기만 해도 말을 수시로 뒤집어 신뢰성에 의심을 받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특히 결정적인 국면마다 언론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해 주거나 사태의 향방을 예고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아마디가 탈레반의 대언론 창구로 나선 것은 이번 피랍사태 초기부터다.

20일 한국인 피랍을 확인한 것은 그였다.

22일에는 구출작전에 나서면 인질을 죽이겠다고 위협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인과 함께 납치된 독일인 인질 2명을 처형했다고 밝혔다가 다시 1명만 죽고 1명은 살아있다고 번복,신뢰성이 의혹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점점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25일 5시7분(한국시간) 그는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 수감자를 석방하지 않으면 협상 시한인 이날 6시30분까지 인질 일부를 살해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어 9시21분.탈레반이 1명을 살해했으며 시신을 무셰키 지역에 버렸다고 밝혀 경악하게 했다.

아프간 경찰이 무셰키에서 배형규 목사의 시신을 찾고,우리 정부가 신원을 최종 확인함으로써 그의 주장은 사실임이 드러났다.

탈레반의 협상 시한이 매번 연장돼 발표된 것도 아마디를 통해서였다.

그는 27일 오후 4시30분을 최종 협상 시한으로 밝히면서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 수감자 23명을 석방하지 않으면 한국인 인질 22명을 한 명씩 살해하겠다고 재차 위협했다.

당초 인질들이 2∼3곳에 나눠 억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11곳에 분산돼 있다고 밝혀 혼란을 주기도 했다.

앞으로 우려되는 것은 그가 그동안 몸값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온건파와 달리 인질 살해를 주장하며 탈레반 수감자의 석방을 줄기차게 요구하는 탈레반 강경파를 대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