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은 다음달부터 기업 및 개인 대출 때 제3자에게 채무상환을 보증하도록 요구하는 연대보증인제도를 폐지(廢止)키로 했다고 한다.

기업의 공동경영자나 과점주주 임원과 배우자 동의가 필요한 소호대출 등을 제외하고는 채무자의 신용만을 평가해 대출 여부와 금액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바꾸기로 한 것이다.

일부 예외를 인정하기는 했지만 은행권에서 신용대출에 연대보증제를 없애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대보증의 폐해는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

실제로 외환위기 후 연대보증을 섰던 수많은 사람들이 파산으로 인해 엄청난 경제적·정신적 피해를 입었을 뿐 아니라 근래 들어서도 보증 건수와 규모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더욱이 연대보증은 금융회사가 대출에 따른 이익은 챙기고 그 위험은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려는 것으로 선진국에선 거의 사라진 후진적 관행이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에 보증제를 폐지하고 신용도에 따라 대출을 해주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특히 빚 보증을 섰다가 패가망신하고 신용불량자로 전락해 경제활동을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않은 현실에 비춰볼 때 더욱 그러하다.

문제는 금융회사와 신용평가기관들이 과연 고객의 신용도를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노하우와 자료 등을 제대로 갖추고 있느냐는 점이다.

게다가 보증제 폐지로 인해 신용도가 낮거나 담보가 부족한 개인과 기업들이 대출을 받기가 더 어려워질 게 불을 보듯 뻔하다.

따라서 대출자의 신용평가를 위한 기술과 노하우를 개발하고 신용평가기관 등 관련 인프라를 강화하는 게 시급(時急)한 과제다. 특히 대출과정에서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을 역차별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완대책 마련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